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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진 찍는 미미 Jan 16. 2024

미싱

짜장면 1

이북에서 남편과 두 아들과 함께 남쪽으로 내려오신 나의 엄마는 

북에 두고 온 부모형제를 그리워할 틈도 없이 일가친척 없는 서울에서 (아마도 일부러 배우시지 않았을까 ) 재봉기술로 일을 하러 다니셨다.


국민학교 3~4학년쯤 철없는 나는 짜장면이 먹고 싶어 3살 터울 동생 손을 잡고 아현동에서 공덕시장 안에 있던 엄마의 일터로 갔다. 그러면 엄마는 조그마한 수첩을 내어주고 그것을 가지고 시장 안의 기다란 의자가 있는 짜장면 가게에 가서 동생과 함께 짜장면을 먹으라고 하셨다. 


이제 생각해 보면 지금처럼 기름지고 살코기도 있는 것이 아니라 굵고 뻣뻣한 국수에 짜장양념만 버무린 것이었을 텐데 어찌나 맛있었는지... 먹고 나서 내가 아주머니께 수첩을 드리면 아주머니가 수첩에 무슨 표시를 했고, 엄마한테 그것을 가져다주고 다시 동생의 손을 잡고 먼 길을 멀지 않게 신나게 오곤 했다.


이젠 사실인지 아닌 지 확인할 바 없지만 혹시 그날은 엄마가 점심을 굶으셨을까 라는 생각은 왜 이제야 나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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