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이 된 순간, 위기가 시작됐다
남들과 달리 나는 생존을 위해
2012년에 아파트 등기를 쳤다.
난 전에 사놓은 집을 그때 등기 친 것이다.
모두가 집을 사는 걸 용기 있다고 말하던 시기였고
나중에야 안 사실일정도로
나는 모든 게 무지했던 사람이었다.
"아유~ 운이 좋았어.
다행이다"
친구의 말이 위로받을 상황이라는 게 슬펐다.
다행인 건지. 운이 좋았던 건지.
건설사 부도 소식에
일주일 내내 물도 못 마신 채
자리보존하고 있었던 시간들을 돌아보면 다행인 거겠지.
드라마에서나 보던
자리보존하고 눕는다는 게 뭔지
몸으로 느꼈던 시간들이다.
한 달 만에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회사는 살아났고
공사는 한 달 만에 재개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과연 끝이었을 리가.
그 작은 세대도 입주장이라며
부동산에서 브리핑받은 전세금보다 더 떨어지고 말았다.
버틸 힘이 없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속이 타들어가는 게 몇 차례.
근처 아파트도 입주가 있단다.
"사장님~
계약하고 싶어 하는 임차인 없나요?"
"이럴 땐 싸게 내놔야 해요.
바로 옆에도 입주하니까 가격이 더 떨어졌어요."
이런 나와 달리, 취향에 맞추어 인테리어를 새로 한다는 사람들이 내겐 신세계 였다.
계약금만 있으면.
아파트만 지어지면.
사인 몇 번에 내 집이 되는 건지 알았다.
그때, 구세주처럼 발견한 문구.
"입주장 때는 제값 못 받으니
난 대출받아 반전세 놓을 거예요."
내가 살 방법이란 걸
무의식적으로 알았다.
그 글을 쓴 사람은 투자법이었지만
난 생존법이었다.
얼굴도 모르는 그에게 감사하며
난 내가 할 수 있는 대출을 온 힘을 다해 받고
반전세를 놓았다.
쉽게 나타날 리가.
하는 순간
나처럼 돈이 부족하신 분이 내 손을 잡았다.
"근처 오피스텔에 사는 신혼부부인데요.
둘째가 생기면서 큰집이 필요한대요.
전문직이라 신뢰도 가고요."
인상도 좋은 임차인인 데다
중개업소 사장님 말씀에 더 신뢰가 갔다.
난 급하게 임차인과 계약을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입주장 때는 돈 없으면 빨리 계약.
돈 있으면 입주 완료 후 계약이 진리였던 거였다.
이렇게라도 얻어걸리는 게 있어야지 나도 살지.
10원짜리 동전 하나까지 긁어 계약금을 낸 나였는데
겨우 한 달.
딱 한 달의 차이로
취득세를 4%로 내야 한단다.
"그때 공사 멈추지만 않았어도 되는 거잖아요.
돈이 두 배야.
집값은 떨어졌는데"
두 배를 내야 한다며 투덜투덜 거리는 사람들.
새집을 취향과 맞지 않는다며 인테리어를 한다는 사람들 속에서
명의는 내 집이지만,
현실은 은행과 내가 공동명의인 집을 등기 쳤다.
온라인에서는
분양가 높더니 역시나 그럴 줄 알았다며
자칭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집값 올랐어? 요즘 얼마야?”
라고 묻는 엄마에게
차마 분양가보다 더 떨어졌다고 말할 수 없었다.
할 수 만 있다면
무르고 싶은 시간들이 문득 떠올라
나는 내가 등기 친 아파트를 잊고 지내려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