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지옥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
기쁨은 잠시,
공포와 절망은 한순간에 찾아왔다.
으악 –
소름 끼치는 꿈.
알록달록한 커다란 구렁이 한 마리가
매서운 눈으로 내 집을 휘감으며 날 노려보는 꿈이었다.
하필 내 집은 숨을 공간 하나 없는 유리집이었다.
잠에서 깼는데도 꿈속인 것처럼 덜덜 떨렸다.
밤새 흘린 식은땀에
겨우 몸을 추스르며 출근 준비를 했다.
습관적으로 켠 TV속에서 믿기지 않는 소식들이 쏟아졌다.
“속보를 말씀드립니다.”
중견건설 업체인 A건설회사가
법정 회생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무슨 소리지?
나 아직도 꿈꾸나?
어제만 해도 아파트는 열심히 지어지고 있었는데.
다른 나라 말을 하는 듯싶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사현장 맞은편 건물에서 일하게 된 나는
내 자리에서 공사 현장이 한눈에 보인다는 사실에
매일이 기쁘고 설레었던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부도.
회생불가.
법정관리.”
내가 잘못 들었나?
다 무슨 소리야.
“내 아파트는?
내 돈은?”
이럴 경우
언제 공사가 재개될지 모르고
중도금 무이자 혜택도 사라져 그때부터 중도금 이자를 내야 한단다.
내가 어떻게!
무슨 수로 그 큰돈의 이자를 내.
길게는 1년 이상 길어진다는 애기에
A건설사로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의 정신없는 벨소리.
나와달리 무비건조한 직원의 목소리.
의미 없는 전화를 끊고 계산기를 두들겼다.
월급 모두 이자로 나가야 겨우 버티는듯했다.
"한두 달도 아니고 언제까지 내야 하지?
그 후엔?
내 생활비는 어쩌지?"
난 그저 누워 눈물만 흘렸다.
소리 내어 울 수 있는 것도 힘이 있어야 한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더 막막해진 현실에는 아프다는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는 걸 그때 알았다.
통장에 있는 동전까지 긁어모아
겨우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우습게도 난
모델하우스 직원마저 사기꾼이 아닐까 싶어
나름 매서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는데 말이다.
아마, 드라마를 많이 본 엄마와
전재산을 가지고 계약서를 쓰려는
내 공포가 맞물려서였을거다.
그렇게
처음으로 내걸 가지고 싶어 어렵게 선택한 게 아닌가.
아파트 계약금 외에
베란다 확장비도 내야 하는 걸 몰라
엄마에게 2천만원까지 빌린 상태였다.
난 아파트 계약금을 내기 위해 오래된 주택의 지하 단칸방으로 이사했다.
그런데,
온갖 벌레들과 동거하며 지내는 나날들의
결과가 이런 거라니.
울고 또 울었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내겐 쉽게 주어지는 게 없었다.
내 인생은 큰 고통 없이는 아무것도 허락되지 않는 걸까.
난 달콤한 이주의 행복을 끝으로
망.한.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