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까지 맡기지 못해 남는 불안의 기록.
"우리 아인이 없으면 제가 힘들어서 안 돼요.
예나가 너무 울면 제가 아인이한테 부탁을 해요.
예나가 아인이 옆에 있으면 진정을 해서요.”
네?
당황해하는 내 눈길과 가방을 받아 드는 어색한 손길이
공중에서 머뭇거리고 있을 무렵.
“썬쌩님. 따랑해요.”
선생님에게 매달리듯 안기는 모습에서
안심이 드는 건 내가 이기적인 엄마인 걸까?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긴다는 건
도대체 어떤 걸까.
선생님의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걸렸다.
놀이터를 향해 손을 잡아끄는 아인이를 따라가는 길
문화센터에서 전에 본 그 엄마가
전과 달리 반갑게 맞이한다.
"언니~ 이야기 들었죠?
제가 아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어제부터 어린이집이 조금 시끄럽다고 하더라고요."
복잡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 그 엄마를 보자
어린이집 안의 공기가 다르게 읽히며 지난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이주 전,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입학을 하고 난 뒤
일주일 먼저 입소를 했던 예나와
첫날째인 아인이를 두고 비교를 했던 선생님의 말씀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아이들이 처음엔 다 힘들어하죠.
같이 힘들어도 누구는 흑흑거리는데
아인이는 너무 크게 오래 우니까요.”
미처 아이의 귀를 막을 틈도 없이
터져 나온 선생님의 지친 기색.
아인이가 크게 울 때마다
예민한 엄마라서 스트레스를 받기에
선생님의 마음을 이해해 보려다가도,
아이를 어른의 잣대로 판단하는 모습에 엄마인 난 평온할 수 없었다.
한 달이 된 지금도 마음속에 맴돌고 있으니 말이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아이를 맡기면서도 마음을 맡기지 못하고 불안함을 남겨두게 되었다.
다행히 아인이는 일주일이 지나기도 전에 적응을 했지만,
예나는 아직도 적응하기 힘들어해
엄마들 사이에서 하루 종일 우는 아이로 통하는 듯싶어 짠했다.
"자기야.
예나가 아직도 적응을 못하나 봐.
선생님이 그럴 때마다 아인이한테 달래주라고 한대.”
“아. 그래.
우리 아인이 기특하네.
둘이 같이 있어서 다행이지 뭐.”
툴툴거리다가도 시크하게 챙기는 남편다운 대답이었다.
엄마인 나는 아이의 인내를
남편은 아이의 성장을 보는 간극만큼
우리 부부사이엔 적막이 흘렀다.
"예나가 짠하지만, 아인이는 늘 참고 위로해야 해?
전에는 아인이가 크게 운다며 비교하더니.."
마음속에 맴도는 복잡한 덩어리를 꺼낼까 하다
다시 눌러놓았다.
굳이.
뭐 하러. 둘 다 속상해할까 싶어서.
내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긴다는 건,
정말 모든 걸 믿어야 하는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