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발등을 덮은 그림자.
"이거 안돼. 안돼.
시더 시더."
또 시작이다.
34개월 아이는
스카치테이프를 잘 붙일 수 없다며
온몸을 비틀어댔다.
짜증과 분노가 담긴 아이 울음에
그때 그놈이 툭 튀어나왔다.
아- 어쩌지.
내 아이가 받을 고통과
평생 찍혀있을 상처의 밑바닥을 알기에
서럽게 울었다.
하지만 그놈은
울며 매달려도 보란 듯 온 집안을 춤을 추며 뛰었다.
"저거땜에 내가 힘들어.
지동생은 저리 순하고 착한데
저건 누굴 닮아 저래!"
날 선 목소리가 내 안을 찢겨댄다.
"그래.
내가 누굴 닮았겠어?
내 아이는 누굴 닮았겠어."
거친 그놈을 밑바닥까지 밀어 놓고 나서
아이를 조심스레 품에 안았다.
따듯한 온기
날 닮은 내 아이.
"엄마가 미안해.
아인이는 잘하고 싶었을 뿐인데.
잘 안돼 속상했지."
엄마는 아가일 때 못했어.
포기하지 않고 연습해서 지금은 잘하는 거야.
우리 같이 노력할까."
아이에게 건넨 말은 다정했지만,
내 입안에서는 비릿한 자괴감이 감돌았다.
성인군자 같은 대사를 읊조리는 내 모습이,
괴물을 가리기 위한
광대처럼 느껴졌으니까.
햇살이 번졌다.
그것은
분칠이 덜 된 광대의 민낯을 낱낱이 비추는
잔인한 조명에 가까웠다.
빛이 밝아질수록
내 안의 괴물은 더 선명한 그림자가 되어
아이의 발등을 덮었다.
내 안의 오래된 괴물은 잠들지 않았다.
다만, 내가 먼저 눈을 뜰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