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만하고 싶어."
인공수정 한 번으로 풀이 죽어 포기한다는 내가
짠해 보였던 걸까.
"그렇게 해"
무뚝뚝한 남편의 대답은 간결해 섭섭하기까지 했다.
"주삿바늘 공포 있는 당신이
매일 자기 배에다 주사 놓는 게 쉽겠어?
우리끼리여도 충분해."
아이를 보며
부러운 눈빛을 보내던 남편의 말이라 더 아팠다.
흙수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친 내가 다른 선택을 하자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늦은 걸까?
내가 너무 욕심을 냈던 걸까.
아니면,
여자만 힘들다는 시험관이 현실로 다가오자
계산기를 두드린 걸까.
내 아이에게만은
포기를 먼저 배우게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인데.
출발선이 다르다는 건
선택이 아닌
포기해야 하는 게 많은 거였다.
하루가 지나고
그렇게 모든 것들이 스쳐갔다.
나도 누릴 수 있을 것 같았던 아이와의 행복한 시간은
간간이 들려오는 어느 집에서의 먼 소리로 만족해야 했다.
"요즘 계속 누워있네?"
"그냥 컨디션이 안 좋아.
있잖아.
그 시험관이라는 거
더 늦기 전에 해보기는 할까?
겁부터 먹은 것 같아서..
인공수정은 원래 될 확률이 낮다며.."
"흠.. 요즘 컨디션 어땠어요?
아직은 임신이라고 하기엔 일러요.
심장박동을 들어야 임신이라고 진단할 수 있어요."
의사의 말이 맴돌기만 했다.
내 온몸의 세포를 깨우며 울려왔다.
내 몸의 나른함은
"기다리던 내가 왔어.
날 봐줘."
라는 아이가 보낸 신호였다.
그날 저녁.
작은 존재가 만들어 준 큰 변화가 일어났다.
"누가 보면 만삭 임산부인지 알겠어~"
어기적 어기적
배를 내밀고 뒤뚱거리며 걷는 날 보고는 남편이 실소했다.
"찰떡아~
와줘서 고마워.
엄마 안에 꼭 붙어있어야 해!"
늦은 걸까?라고 생각한 순간,
포기하지 않은 나에게 찾아온 첫 행운이었다.
늦은 걸까?라고 생각한 순간이
새로운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