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늦었다 했고, 나는 선택했다.

by 스윗
"두 분 다 나이가 많으시네요.
순차대로 인공수정부터 진행하시죠."

의사선생님의 말은 친절했지만
말에 희망이 꺾이지 않으려 했다.


아직은 꿈을 꾸며

바로 시험관을 하지 않는 게 좋았다.


우리 부부는

아이를 가지기 위한 많은 검사들을 했다.

단조로운 남편의 검사들과 달리

내 검사는 끝이 없었다.


"별거 아니네."

라고 착각한 순간 찾아온

나팔관 검사.


둔탁한 무거운 것이

내 몸을 서서히 반으로 가르는 고통이었다.

난생처음 겪는 이상한 고통.

차라리 날카로운 고통이 덜 괴로울 것이다.

출산의 고통보다 짧지만 강렬한 고통에 몸부림쳤다.


바늘을 뽑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나팔관 검사도 버틴 나는

공포스러운 주사기를 내 배에 찌르는 용기도 생겼다.


"감사하네.
살이 찌니까 지방에 주사를 놓아서
하나도 안 아파."

나의 짧은 넉살이 마지막 평화라는 걸 모른 채,

우린 잠시 웃었다.

하지만 현실은 처참했다.


"바로 시험관 하시겠어요?"

의사가 조용히 건넨 말은

내 희망을 비웃는 것 같았다.

부풀었던 꿈의 조각들이 빠졌다.

모든 게 나만의 꿈이었다.


난 이제 겨우 한 번의 시도인데

열일곱 번 도전했다는 어떤 분의 글이 떠올랐다.


"짠해라.
20대인데 폐경이래요?"


문득, 병원에서 스친 기억이 떠오르자

온갖 스트레스와 야근.

갑상선 질환과 싸운

40대인 내가 한 번에 임신을 꿈꾼 게 민망해졌다.


남의 일 같지 않아

가슴 아프게 떠올리다 이내 접었다.


난 어떻게 할 것인가.

무거운 칼을 쥐어잡을것인가.


다시 시작된

끝이 보이지 않는 새 전쟁에서

나는 무거운 칼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