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도 못 한 순간.
생각이나 했을까?
이 집에서 내가 살 수 있다는 걸?
등기칠 땐 상상도 못 한 순간을
내 마음대로 내 취향대로 꾸민 집에서
나는 행복에 젖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평화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장 한가운데서 칼을 휘두르던
내 모습이 아니었다.
창밖의 도심뷰는 아름다웠고
조용히 침묵을 깨는 새소리에
기분 좋게 기상했고
드라마 주인공처럼
집안 가득 퍼지는 원두 향에 취해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외출도 못 했지만
집 안에만 있어 행복하기만 한 나날이었다.
"자기야~ 희한하지?
여긴 세대수도 많지 않은데 아이들이 많아.
우리 옆집도 애만 셋이고
여기 와서 셋째가 생겼대.
우리 도와주신 4호 집은
아이가 안 생기더니 쌍둥이 생겼다잖아."
"여기 터가 좋아요.
일제강점기 때 장교들 집이었잖아요.
그래선지 아이도 잘 생기고.
저희 임차인 분들 다 잘돼서 이사했어요."
자칭 동네 토박이란분의 말씀에
나도 모르게 알 것 같다는 끄덕임을 했다.
같은 층만 봐도
쌍둥이에 갓 태어난 셋째 아이.
그래서였을까?
우연이었을까?
내 생활이 달라졌다.
"갑상선 항진증 약 제일 약한 걸로 먹어봅시다.
이제 끝이 보이네."
"이 병원이 집이랑 가깝죠?
나이도 많은데 어서 아이 가져야지.
이 친구가 꼼꼼하고 차분해게 잘한다던데 여기 가봐요."
오랜 시간 내 갑상선 질환을 진료해 주신
의사 선생님 배려가 감사했다.
처음으로 나를 위한 시간에 집중했다.
집에서 책도 읽고
산책도 즐기며
오가는 시간은 감미로웠으니.
"자기야~
우리 병원에 가보자.
지금 아니면 아이 안 생길 것 같아."
남편의 손을 끌고 병원을 예약했다.
늘 쫓기듯 살던 내가
나를 위해 선택한 예약이었다.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건 필연의 조건이어야 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나는 아이를 갖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