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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유 Nov 21. 2020

깊어가는 가을엔 이 책을 읽어야 한다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가을이 깊어가던 어느 날,
조용한 바닷가로 훌쩍 떠났다.
돌아와서 읽은 책에는
여행지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신기할 만큼 내 마음, 내 생각과
맞닿아 있던 책.
한 장 한 장 밑줄 치며 아껴읽었다.
그리고 읽는 내내 행복했다.







거대함의 감각 일깨우기


드넓은 바다나 하늘을 볼 때, 나의 시선이 얼마나 좁고 한정되어 있는지, 일상의 고민들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새삼 느낄 때가 있다. 저자는 팍팍한 생활 속에 갇혀있는 우리의 일상을 좀 더 부드럽게 만드는 것은 거대한 것과의 연결점이라고 말한다.  


무엇이 되었든 거대한 것과의 연결점을 잃지 않는 건 중요하다. 그게 세계의 지성이든, 오랜 문명의 역사든, 우주의 신비로움이든, 세상의 드넓음이든, 기억의 광대함이든, 신의 사랑이든 그 거대함의 감각이 너무 멀리 달아나지 않도록 마음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정지우 -


하지만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내느라 거대한 것을 자주 잊고 산다. 저자는 음악, 영화, 문학, 풍경 같은 것들이 거대함과 작은 일상들을 이어주는 것들이라 말한다. 그의 말처럼 나도 남은 생은 이러한 것들과 더욱 연결되는 삶을 살고 싶다. 



시간을 담는 것, 시간을 다루는 것


나이가 들 수록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 같다.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는 마음, 마음껏 쓸 수 있는 긴 시간이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한정된 삶을 사는 모든 인간의 바람일 것이다. 저자는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행위를 시간과 싸우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나 역시,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영상으로 일상을 남기는 이유가 어쩌면 시간을 담기 위한 항아리를 하나씩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을 담는다 해도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도 끊임없이 시간은 흘러간다. 저자는 우리는 시간을 다루는 기술을 통해 삶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과, 자신에 대한 신뢰를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내게 주어지는 '날것' 같은 시간을 통제하고 자아내며 빚어낼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이 누적된다는 건 확실히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을 준다. 그런 믿음이야말로 허공에 쌓아 올리는 것이 아닌, 진짜 내면에 가까운 것이다.

-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정지우 -


시간을 다루고 가치 있는 시간을 만들 줄 안다면,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두렵지 않다는 말이 무엇보다 공감 갔다. 황무지에서 성을 쌓아 올리듯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시간에 속박된 존재가 아닌, 시간과 화해하는 존재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감정을 믿지 말고, 적절한 기분을 유지하기


우리는 때때로, 아니 자주 감정을 생생한 현실이라 생각하고, 진실로 믿는다. 하지만 순간의 감정에 따라 행동하면 나중에 꼭 후회할 일이 생긴다. 그 순간만 넘기면 될 일을, 부정적인 감정들 때문에 잔잔한 일상이 무너지기도 한다.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깨어 있어야 한다.  좋은 순간들을 가능한 한 많이 만들고 그런 것들로 채워가는 삶. 잔잔한 기쁨과 여유로움 속에서 천천히 흘러가는 삶. 저자가 말하는 삶이 내가 그토록 바라는 삶임을 책장을 넘기며 새삼 깨닫는다.



천국은 디테일에 있고, 불행은 힘이 없다


저자는 디테일에 예민한 사람은 더 풍부한 삶을 누린다고 말한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는 것으로 하루를 기억하는 사람과 출근길의 단풍과 퇴근길 석양의 디테일을 기억하는 사람의 삶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디테일에 대한 태도'는 삶 자체를 보다 기분 좋은 것으로, 관계를 보다 섬세하게 지탱 가능한 것으로 바꾼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은 디테일에 있다. 무언가를 정확하고 풍요롭게 누린다는 것은 알고 보면 디테일을 누린다는 뜻이다.

-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정지우 -


20대 땐 불행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사람들이 인생의 본질에 더 가까운 존재라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불행을 통한 통찰력에 몰두하는 사람보다 무조건 행복을 좇는 사람들이 좋다.


행복한 사람들은 불행할 이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불행을 이겨낸 사람들이며,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차단하고, 행복을 찾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이라는 말에도 100% 동의한다. 나는 무조건 행복한 사람들만 곁에 두고 싶다. 그들은 불행 속에서도 행복을 찾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과의 연대가 삶을 더욱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든다.



단아한 힘과 고유한 순간을 가진 사람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화려하고 복잡한 사람보다는 묵묵히 살아가는 단아한 힘을 가진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평범한 것이 특별한 것임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유명하지 않은 여행지를 여행하는 것에 특별함을 느끼고, 좋아하는 전집을 쌓아놓고 읽는 것이 행복임을 아는 사람. 자기만의 시간에 몰두할 수 있는 고유한 내면이 있는 사람. 그런 사람으로 나이 들고 싶다.


단단한 내면을 가지기 위해서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담대함도 필요하다. 세상에는 이유 없이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에너지와 시간을 쓸 필요는 없다. 인생은 너무나 짧고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쓰는 시간들이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어디 숨어 있는지 알 수 없는 타인들의 시선 같은걸 신경 쓰는 일은 자신의 인생에 너무 미안한 일이다. 나 그리고 나의 삶이란 그보다 훨씬 가치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새로이 발견한 가치를 향해 뛰어들고 변화하는, 그 멋지고 아름다운 일을 하고자 한다면 나는 진심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네고 싶다. 당신이 옳고, 그들 같은 건 없다고, 있다 하더라도 내 삶에 별반 가치가 없는 이들일 것이라고.

-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정지우 -



인연은 지나가는 물처럼, 하루하루를 사랑하라


저자는 인생을 살면서 인연을 지나가도록 두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나 역시도 그렇다. 우리 인생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영원히 지속되는 관계도 없다. 죽고 못살던 친구도 생활 반경과 추구하는 삶이 달라지면 자연스레 멀어진다. 새로운 세계가 열리면 새로운 인연이 오기도 한다. 그러니 인연이라는 것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애쓰지도 말자. 그냥 물처럼 흘러가면 흘려보내자.


저자가 말한 것처럼 내게 적합한 상황 속에서 적절한 무언가가 되는 것. 정확한 명칭으로 정의할 수 있는 거창한 무언가 되기보다는 내게 어울리는 것들을 하며, 하루하루를 사랑하며 충실히 보내는 것. 어쩌면 그것이 가장 행복한 인생을 사는 방법일지 모르겠다.




깊어가는 가을에 마음에 담은 문장들은 추운 겨울을 버텨낼 힘을 줄 것 같다. 모든 것이 더 깊어가는 계절,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정지우 작가의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를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처럼 행복에 더 가까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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