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치유 Dec 06. 2020

아이폰아, 내가 지금 무슨 기분인지 알겠니?

언택트 시대, 우리의 감정은 어떻게 공유될까 <감정의 미래>

10년 전만 해도 아이폰이 이토록
내 삶 구석구석 들어올 줄 몰랐고,
내가 슬플 때나 안도할 때나
행복할 때나
여러 사람과 어울릴 때나
혼자 있을 때나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밤에 눈을 감을 때까지
늘 옆에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은
공감 제로의 기계죠.



201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회의에서 구글의 공감 연구소 소장인 대니엘 크레텍이 한 말이다. 어느 때보다도 우리는 다양한 SNS와 스마트폰으로 인해 연결된 사회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감정도 정말 진심으로 연결되어 있을까?







공감과 소통이 있는 기술의 미래는

디스토피아가 아니다


<감정의 미래>의 저자 케이틀린 유골릭 필립스는 우리의 부모 세대가 시위나 집회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제 젊은 세대는 새로운 대화의 장에 모여 그들이 중요시하는 이슈들을 이야기한다. 고양이 사진이든, 정치적 견해든 내 손에 스마트폰이 있기만 하다면, 언제든 그 대화의 장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화의 장은 너무나 잘 연결되어 있다. 어느 날 저자가 페이스북에 정치적 견해의 게시물을 올린 날, 읽지도 못할 만큼 빠르게 공격적인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고, 친하지도 않은 한 친구에게선 격앙된 비난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만약, 오프라인에서 직접 얼굴을 보고 얘기했다면 이런 부정적인 텍스트를 그렇게 빠르고도 많이 받을 수 있었을까?


소셜 미디어가 진화하면서 일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서로를 이어주는 마법의 힘이 가끔은 지나쳐서 거하고픈 마음도 든다. 기술이 변화하고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도 커지면서,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널리 알리는 범위는 선택된 친구와 제한된 낯선 이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 <감정의 미래> 케이틀린 유골릭 필립스 -


온종일 네모난 스크린 앞에서 전 세계의 사람들, 그리고 알고리즘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상황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저자는 기술의 미래를 디스토피아적으로 보는 사람이라고 고백하면서도, 인간을 정말 인간답게 만드는 것, 즉 공감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에 대해서는 디스토피아적 견해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실리콘밸리의 기술자들은 공감을

기술에 어떻게 넣을지 고민했을까?


인터넷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전 세계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절대로 갈 수 없고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인터넷 세상이다. 나 역시 유튜브와 인스타를 하면서 전 세계의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의 대화는 마음을 열고 새로운 차원의 공감을 나누는 기회도 되지만 분노와 적대심, 우울 등의 부정적 감정을 야기하기도 한다. 인종이나, 페미니즘, 사회적 이슈가 주제가 될 때는 더욱 그렇다. 이제는 전 세계의 소외된 사람들, 위험한 국가주의자, 음모론자에게도 확성기가 주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기술기업의 창립자들은 사람들이 컴퓨터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시도 때도 없이 SNS로 달려갈 것을 예상했을까? 자신들의 영향력이 이렇게 커질 것을 알고 있었을까? 저자는 이에 대해 그들은 몰랐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의 기술자들은 어떻게 하면 공감이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기술에 넣을지도 깊이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종차별을 한다고?


인공지능 안면인식 프로그램이
흑인을 고릴라로 인식한다.
가짜뉴스와 선동기사는
뉴스피드 상단을 장식한다.
범죄예방 인공지능이
흑인 범죄확률을 높게 예측한다.


모두 실제로 기술이 행하고 있는 폭력적인 사례다. 그렇다면 이처럼 비이성적인 일은 왜 벌어지는 것일까? 우리는 흔히 기계가 인간보다 훨씬 객관적이고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기계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누가 훈련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한다. 애초에 범죄에 대한 편향된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입력하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매우 리얼하고 사람들의 감정선을 자극하여 치료효과까지 기대되는 VR기술 역시 선의로만 사용되길 바란다면 너무 순진한 발상이라고 말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AI나 VR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해 기술기업들도 윤리적 조치를 취하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보다 공감도 높은 미래를 만들고 그곳을 향해 우리를 이끌어줄 문제의식을 가진 것은 업계의 외부인과 지금 배우고 성장하는 미래세대"라고 말한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언택트 된 사회에서 어떻게 감정을 공유하고 더 소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찾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숙제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술을 만드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기술을 활용해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 것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감정을 기술에 맡기거나 기술을 더 인간처럼 만드는 것은 고민의 목적이 아니다. 우리가 만든 그 도구를 활용해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 <감정의 미래> 케이틀린 유골릭 필립스 -

 

   


매거진의 이전글 깊어가는 가을엔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