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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 술꾼 Nov 14. 2015

엄마, 나 괌에 가

뜬금없는 괌 에피소드

내일 괌에 여행간다.

부모님께 오늘은 꼭 알려드려야한다.

같이 살지 않으니 말씀드리지 않고 갔다오면, 모르고 지나가실 수도 있으나

그래도 한국 밖에 나가는 건데 몰래 나갈 순 없다.

만약 부모님이 나한테 말도 안하고 외국 여행 가시면 황당할 노릇이니 당연하지 않은가


30대 중반의 이젠 어리지도 않은 딸이 괌에 가는 것이 뭐 대수겠냐만은,

수입도 없는데 돈만 쓰는 것 같기도 하고,

나이가 들었다 한들 아직 결혼 안한 딸이 여행 간다고 하면

누구와 가느냐 그 누구는 누구냐 등 이것 저것 물어보실텐데 대답할 것이 귀찮아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어느덧 출국 전날이 되어버렸다.


전화나 톡으로 말씀드릴까하다가 미리 말씀드렸으면 모를까 출국 전날에 톡으로 통보하는 것은 뭔가 예의가 아닌 것 같다.

결국 하루 전날인 오늘에서야 부모님댁에 왔다.


엄마, 나 내일 괌에 가.

엄마: "응, 그래."

아빠: "그래? 내일 아빠가 데려다줄께."

전에도 출장이나 여행갈 때 아빠는 공항에 자주 데려다주셨다. 역시나 이번에도 아무렇지 않게 데려다주신단다.

그리곤 아무 질문 없이 다른 얘기들로 넘어갔다.

뭐지, 반응이 왜이렇게 쿨하지. 사실 허락을 구하는 것도 아닌 하루전 통보라 그냥 체념하신 건가.

그냥 또 놀러가나보나 별일 아니다 생각하시는건가.


그렇게 여느때처럼 식탁에 앉아 저녁식사를 하며 두런두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엄마가 말씀하셨다.

"멸치랑 마른 반찬 싸놨으니, 내일 집에 가져가."

엄마 나 내일 괌에 가잖아. 갔다와서 가져갈께.

엄마: "그래 내일 밤에 갈때 가져가라구."

아니 괌에 가는데 그걸 왜... 아! 밤? 괌이 아니라 밤?!

오늘 하루 자고 내일 밤에 집에 간다고 알아 들으신 것이다.

엄마, 내일 밤에 가는게 아니라 '구암(괌)'에 여행간다고!

순간 정적이 흐르고, 두분은 잠시 눈빛 교환후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예상질문은 돌아왔다.

"누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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