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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 술꾼 Oct 23. 2015

버티는 것이 답일까

내인생 최대의 허세

'버티는 것이 답일까'

지난 몇달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었습니다.


경기는 어렵다고 하고,

취업도 잘 안된다고 하던데,

출근만 해도 월급 꼬박꼬박 주는 회사를

떠나면 난 실패자가 되는 것일까

생각이 많았습니다.


10년 넘게 월급받는 것이 익숙해졌고

운좋게도 특별히 부모님 생활비를 챙기지는 않았어도 되는지라

주말이면 좋은 음식먹고

가끔씩 비싼 가방도 사면서

적당히 허세 부리는 소비 습관까지 젖어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월급을 못받는 두려움보다

더큰 두려움은

'지금 이순간 행복하지 않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세상도 흉흉하고, 사고도 많은 요즘

내일이라도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지난 삶의 순간들이 눈앞에 흘러간다고 하던데,

사무실에 앉아있는 내모습이

삶의 대부분의 순간들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진 않았습니다.


재미있는 일도 몇번은 맡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일일뿐

어떤 사명감도 없고

일이 잘되도 큰 보람은 느끼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출퇴근 그 행위 자체가 엄청난 피로감으로 몰려왔고

무기력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그 무기력이 회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개인 삶에 찾아왔다는 것입니다

퇴근하면 집에 늘어져있기 바빴고

TV는 틀어놔도 집중하기 어려웠고

멍하니 모바일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답을 내렸습니다.

'더이상 버티지 말자!'

특별한 계획도 없고 정확히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조금더 제 자신에 집중하고

한순간 한순간 제 의지로

행복하게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싶다

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회사돈으로 회사 컨텐츠를 만드는 일에서 벗어나

이제는 내 힘으로 내 컨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제 인생의 가장 큰 '허세'를 부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허세 부린지 아직 한달도 안된 지금

확신은 없습니다.

버텼다면 월급도 받고

계속 버티면 나중에 운좋게 승진도 했을지 모릅니다.

언젠가는 회사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돌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평일 낮에 바다 바라보며

커피 마시며

작게나마 브런치에 제 이야기를 쓰고 있는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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