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온 Jeremiah

나의 첫 번째 게스트, 그리고 사용되지 않은 공간들

by Sweetpedrostay

※ 본 시리즈에 등장하는 모든 손님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 손님의 직업 정보는 프라이버시를 위해 구체적인 기관명 없이 서술됩니다.

에어비앤비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맞이한 손님, Jeremiah.

그는 뉴욕에서 왔다.

단지 ‘뉴욕’이라는 도시 이름만으로도

나는 그가 세련되고 스타일리시할 거라고 상상했다.


유행은 늘 뉴욕에서 먼저 움직인다.

작은 프로필 사진 하나에서도,

그는 그 흐름 안에 있는 사람이란 느낌이 들었다.


그의 프로필에는

공공 서비스를 다루는 기관에서 Supervisor로 일한다는 소개가 있었다.

책임감 있고 신중한 사람이란 인상은

그가 실제로도 조용하고 깔끔하게 이 공간을 사용하고 떠났다는 점에서

더욱 확실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가장 먼저 느껴진 건 향기였다.


Jeremiah는 흑인 남성이었고,

그가 남긴 향수에는 특유의 깊은 잔향이 있었다.

부드럽지만 단단한, 그리고 무게감 있는 향.

이따금 흑인 게스트들이 남기는 비슷한 향기들이 있다.

그 향들을 통해,

그들 사이에 공유된 취향이나 브랜드가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마치 공간에 조용히 서명한 것처럼,

그 향은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공간은 거의 사용되지 않은 듯 정돈돼 있었다.

하지만 작은 디테일은, 언제나 이야기를 만든다.


냉장고 안에는

게토레이, 스파클링 워터, 피지 워터, 에너지 드링크,

그리고 도수가 살짝 있는 탄산 주류가

뚜껑도 따지지 않은 채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가격이 있는 물’을 마시는 사람들은 늘 흥미롭다.

굳이 피지 워터 같은 브랜드를 선택한다는 건

스스로를 대하는 방식이 명확하다는 뜻이니까.

그 정돈된 냉장고는 Jeremiah의 또 다른 단면 같았다.


머그컵 하나.

안에는 커피 자국이 아닌

내가 준비한 와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는 조용히 와인을 한 잔 마셨고,

깨끗이 씻긴 머그컵은 싱크대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숙소에는 두 사람이 머물렀다.

Jeremiah가 예약자였으니 큰 방은 그가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작은 방에 머문 친구도 분명 깔끔한 성격이었지만,

Jeremiah처럼 섬세하진 않았다.


작은 방 침대 밑에는 마시다 만 게토레이 병이 있었고,

이불은 약간 어수선하게 덮여 있었다.

같은 공간을 공유한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스타일을 남기고 간 게 묘하게 흥미로웠다.


체크아웃 날,

그들은 쓰레기를 정리하고 분리수거를 마친 뒤

복도에 조용히 내놓았다.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마치 자신의 공간을 정리하듯 떠났다.


Jeremiah는 마지막으로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Thanks for everything. The stay was wonderful.”


그 한 문장은 짧았지만,

정리된 물병들과 와인 머그컵,

그리고 고요한 향기와 함께

그의 인상을 더 또렷하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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