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민낯

by 노란고구마


한낮에 마주친

발아래 웅크린 그림자는

대수롭지 않아

그저 내버려두었다


노을이 번지고

다가오는 어둠을 따라

서서히 자라나더니

내 키를 훌쩍 넘는다


저녁 어스름

혼자 자리를 차지하고

마음껏 출렁이며

이리저리 뒤흔든다


깊어가는 밤

숨 가쁘게 달아나도

끈덕지게 달라붙어

지독한 발자국을 남긴다


밤새 새까맣게

물들어버린 외로움을

어쩌지 못하고

주저앉아 눈물만 훔친다


여명이 비추고

아득한 빛이 밝아오자

민낯을 들킨듯

허둥거리며 물러난다


눈부신 아침에

한구석으로 기어들어가

숨은 것이 가여워

다시 오늘도 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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