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명함사진

by 노란고구마


집으로 돌아가던 늦은 저녁

버스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수줍게 건네받은 명함사진은

온 세상의 행복이었습니다


단정히 다듬은 단발머리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면서

두 볼이 발그스레한 얼굴은

덩달아 미소 짓게 합니다


소중히 지갑에 넣어두고는

행여 조금이라도 닳을까 봐

가끔만 조심스러운 손길로

다정하게 쓰다듬었습니다


평생 함께하자 약속했건만

어느 봄날 벚꽃이 지듯이

그대는 아무런 말도 없이

서둘러 저물어버렸습니다


외로이 눈물을 삼키다가

무심한 고독함에 주저앉아

하나뿐인 사진을 껴안고

서러이 흐느꼈습니다


혼자라도 세월은 흐르고

지긋이 주름진 손바닥에

빛바랜 명함사진 안에는

봄날이 머물러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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