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레이캬비크 탐방기 D+2

2017년 10월 4일 (수)

by 최용경



#1. 덴마크 사람처럼 - Food and Beverage Vol. 1


시차 덕에 일찍 일어나게 된 오늘, 느긋하게 샤워를 하고 유튜브에서 프렌즈도 보고, 아침의 여유를 즐겼다. 적당히 배가 고파지는 오전 11시쯤, 집을 나섰다. 이제, 제대로 된 식사를 하러 나가보자. 숙소 근처, 여기저기 마음에 드는 식당들 중에서도 소박하면서도 세련되어 보이는 ‘Cafe Klimt’가 유독 눈에 띄었다. 소박한 외관과 달리, 식당 내부는 Klimt의 작품으로 장식되어 이국적이었다. 식당 한편, 덴마크인 부자가 각자 책을 읽으며 여유롭게 브런치를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밥먹으러 가는 길 내내 봤던 코펜하겐의 자전거 타는 사람들


메뉴 가장 윗부분에 있던 'Vegetarian Brunch'와 함께 쌀쌀한 날씨에 얼어있던 몸을 녹일 민트 티를 주문했다. 민트 티를 반 정도 마셔갈 때쯤, 드디어 덴마크에서의 첫 끼가 내 앞에 놓였다. 보기만 해도 예뻐질 것 같은, 정갈하고 건강한 음식이였다.


Vegetarian Brunch + Mint Tea.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패션프루트 반 쪽, 과일 믹스 한 종지, 미니 팬케익 한 장, 미니 베지테리안 버거, 요거트, 처음 보는 계란 요리.. '이걸로 배가 차려나?' 평소에 잘 챙겨 먹지 못하는 건강식으로 구성된 한 끼가 과연 얼마나 맛있을지, 충분할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1시간 정도 여유롭게, 천천히, 음미하며 먹다 보니 몸도 마음도 편안해졌다. 심지어 맛도 있었다! 여행으로 피곤했을 몸에 좋은 에너지를 더해준 한 끼였다.





#2. 덴마크 사람처럼 - Food and Beverage Vol. 2


건강한 브런치를 마치고, 찍어둔 카페로 향했다. 이름은 'Espresso House.' 코펜하겐 젊은이들이 랩탑을 놓고 커피를 마시며 진지하게 일하고 있던 카페여서 꼭 가야지 생각했던 곳이다. 게다가, 나도 코펜하겐에서 할 일이 생겼다! '하루 한 번 브런치에 일기 쓰기.’


스타벅스 벤티 사이즈쯤 되어 보이는 큰 컵에 바닐라라테를 시키고, 일하고 있는 청년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바닐라라테를 마시며, 즐거운 내 이야기를 쓰며, 코펜하겐 사람들을 구경하며 앉아 있다 보니, 코펜하겐에 유학 온 학생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행복했다. 카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도 행복해 보였다. 세 시간쯤 여유로운 글쓰기를 마무리 짓고, 카페 맞은편에 있던 시장 구경에 나섰다.


'Espresso House' 안에서 바라본 코펜하겐 시내


카페 옆, 이 예쁜 시장은 알고 보니, 칼슘두유 블로그 포스트에 있던 토르브할렌 마켓(Torvehallerne KBH)이었다. 주말에 가봐야지 했는데, 바로 여기 있었다니! 시장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상인과도 기분 좋은 눈인사를 여러 번 나누고, 햇반이랑 같이 먹으면 참 맛있을 것 같은 왕 미트볼(Hjemmelavede Frikadeller; 덴마크식 홈메이드 미트볼) 하나와 동글동글 귀여운 딸기도 한 팩 구입했다. 따뜻한 식량이 생겼으니, 얼른 집으로 돌아가 밥을 데워 단출한 저녁 식사를 했다. 소박하지만 참 맛있었다.


마켓에서 구입한 미트볼. 진짜 맛있었다!


토르브할렌 마켓. 이렇게 스타일리시한 시장이 또 있을까.




#3. 덴마크 사람처럼 - Art and Music


맛있는 저녁을 먹고 뭘 할까 하다가, 집 근처 국립 미술관(SMK)이 수요일에는 저녁 늦게까지 전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세 시간 산책 겸, 소화도 시킬 겸 국립 미술관에 가기로 했다. 미술관은 규모가 컸지만 특유의 아늑함이 있었다. 사람도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관람객들이 ‘생활’로 ‘문화'를 즐기는 그야말로 ‘문화생활’을 한다는 게 느껴졌다. 아마 나처럼 저녁을 먹고 소화시키러 온 사람도 있을 것이고, 연인과 저렴한 데이트를 즐기러 온 사람들도 있겠지. SMK는 1회 입장권과 1년 회원권의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서, 대부분의 코펜하겐 사람들은 1년 회원권으로 입장을 하는 것 같았다.


SMK의 저녁 외관. 데이트하기 딱 좋겠다.


전시도 휼륭했다. 정확히 말하면, 전시품보다는 전시 방식과 구성이 인상 깊었다. 미술관의 공간 디자인과 전시 방식, 그리고 재치 있는 큐레이션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작가의 화풍에 따라 벽면의 색깔을 다르게 구성하기도 하고, 작품의 특징에 맞는 가구를 활용해 작품을 전시했다. 회화, 조각, 설치 미술 등 전시품의 종류도 다양해서 큰 미술관을 둘러보면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전시품의 분위기에 맞게 청록색 벽을 연출하기도, 연한 핑크색 벽을 연출하기도 했다.


회화와 조각, 두 가지 작품이 마치 한 작품인 것 같다. 조각품을 저런 선반에 전시한 것도 색다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중 하나. 임산부와 태아를 사회적, 생물학적 관점에서 표현했다.


내 마음을 녹인 또 한 가지. 고전 미술관에서 현대 미술관으로 넘어가는 구름다리 아래에서, 음악 소리가 들렸다. 내려다보니, 미술관 1층에서 바이올린과 피아노 연주와 함께 발레 공연이 있었던 것. 덴마크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저녁 산책 겸 오는 이런 멋진 미술관에서, 우연히 만나는 발레 공연까지. 낭만적이었다.




미술관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한 재즈바 앞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무료입장>이라는 푯말이 보였다. 와인 한 잔과 함께 라이브 재즈로 저녁을 마무리하고 싶어, 주저하지 않고 바에 들어갔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 나를 아끼는 음식이 더 편한 곳.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풍요롭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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