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4일 (목)
코펜하겐과는 또 다른 분위기일, 레이캬비크(Reykjavik)로 떠나는 날. 어제 사둔 딸기와 민트 티 한잔으로 속을 깔끔히 채우고, 공항으로 향했다. 코펜하겐 공항도 두 번째 오니, 벌써 익숙한 것 같네. 짐을 부치고(Extra Bag Charge가 85,000원이나 들었다!) 간단한 수속 절차를 밟고, 비행기 타기 전 낮술을 했다. 따끈한 프렌치프라이에 칼스버그 한 잔! 캬, 신난다.
레이캬비크는 어떤 곳일까. 생각도 하기 전에 벌써 레이캬비크에 도착했다. 레이캬비크의 하늘과 공기는 분명 서울과도, 코펜하겐과도 달랐다. 얼음을 바로 공기로 만든 것 같이 차갑고 청명한 느낌. 오히려 강원도 공기와 닮았다고 해야 하나?
한국에서는 구글맵을 거의 쓰지 않는데도, 구글맵을 지우지 못하는 이유. 구글맵은 해외여행에 반드시! 필요한 Must-have-app이기 때문이다. 구글맵이 없던 시절엔, 어떻게 시골 여행을 했을까 싶을 정도. 구글맵을 요리조리 돌려가며, 30분 간 씨름한 끝에 레이캬비크에서의 나의 보금자리를 찾았다. 물론 구글맵이 길 찾기의 9할은 했지만, 큰 짐을 끌고 좁은 공사 길을 지나 이렇게 후미진 곳에 있는 숙소를 찾아낸 내가 참 대견했다. 묘한 자신감이 생기는 기분. 아무도 의지할 수 없는 홀로 여행에서만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이다.
숙소는 에어비앤비 호스트인 Anna의 성격을 보여주듯, 부엌, 방, 욕실 모두 깔끔의 정석이었다. 짐을 간단히 풀고, 미리 짜 놓은 레이캬비크에서의 여행 계획을 살폈다.
하나, 수제 맥주 한 잔 하기.
둘, 북극광(Northern Lights) 보러 가기.
상상도 못 할 추위를 직감하고 옷을 최대한 겹쳐 입는 것으로 나갈 준비를 끝냈다. 제발 감기만 걸리지 말길!
숙소에서 레이캬비크 시내로 나가, '로컬' 아이슬란드인처럼 수제 맥주를 마시고 싶었으나 레이캬비크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이는 그야말로 '관광지'였다. 이것저것 레이캬비크에서 즐길 거리들을 찾아보던 와중에 발견한 'Bryggjan Brewery'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열심히 브루어리를 찾아가, 맛있어 보이는 IPA를 한 잔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코펜하겐에 있던 재즈바에 혼자 온 거랑 왠지 다른 느낌. 뭔가 조금 불편했다. IPA를 절반 정도만 마시고, 브루어리 밖으로 나왔다. 아무래도 친구, 가족과 관광으로 온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관광'을 하는 게 어색했나 보다. IPA 맛도 그다지 특별하지 않게 느껴졌다. 다시 구글맵을 켜고, 북극광이 잘보이는 장소에 데려다 줄 버스역으로 향했다.
레이캬비크 시청역으로 가자, 삼삼오오 관광객들이 모여 각기 다른 투어를 기다리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 오들오들 떨며 버스를 기다리다 보니, 한 버스 기사가 "Yong Choi!"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 다행이다.' 북극광이 잘 보이는 장소에 데려다 줄 버스에 올라타 몸을 녹이며, 재빠르게 '북극광'의 기본 지식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아, 북극광이 이런 거였구나.'
곧, 북극광이 잘 보이는 허허벌판에 도착! 모두가 숨죽여 북극광을 기다렸다. 희미하게 보이는 링(Ring) 모양의 불빛 외에 선명한 초록색 불빛이 나타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했다. 북극광을 못 볼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때, 사람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멀리서 몽글몽글 초록색 불빛이 생기기 시작했다. 거대한 젤리처럼 하늘에서 띠용띠용 초록 물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월드컵 경기에서 골 장면을 보듯 모든 사람들이 함께 환호했다. 북극광은 약 2분간, 두 번 정도 나타났다.
북극광 장면은 '경이'라고 표현하기엔 사실 너무 귀여웠고, 내겐 '신기'한 광경이자 인간의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몸소 느꼈던 순간이다. 회색빛 오피스의 일상이 대부분인 내가, 조금 더 자연을 가까이 느꼈던 순간이기도 했다. 바쁜 일상 속, 네이버에 '오로라'나 '북극광'을 검색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항상 자연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지만, 오늘은 조금 더 가까이서 자연과 교감한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