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레이캬비크 탐방기 D+4

2017년 10월 5일 (금)

by 최용경



#1. 반지의 제왕처럼


오늘은 승마하는 날! 승마는 에어비앤비 호스트 Anna가 추천한 투어 중 하나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나갈 준비를 하는데, 잘 되던 핸드폰 충전기가 요상하게 말을 듣지 않았다. 길을 잘 모르는 관광객에겐, 핸드폰이 곧 생명이란 말이다! 그래도 승마 시간이 가까워져 10% 정도밖에 핸드폰 충전을 못한 채로, 승마 장소로 향했다. 승마장에 도착하자마자, 안내하시는 분께 핸드폰 충전기를 빌려 충전을 하고 간단한 설명을 듣고 장비를 갖춰 입은 후 바로 승마장으로 향했다.


승마를 준비하는 장소. 말 위에 올라타서 말과 교감을 시작한다.


나는 어떤 말을 타게 될까. 떨리는 마음으로 순서를 기다렸고, 곧 'Mosa'라는 고동색 암컷 말과 짝꿍이 되었다. Mosa는 멋진 외모와 달리, 말괄량이 말이었다. 중간중간 간식으로 풀을 뜯어먹기도 하고, 다른 말들과 엉겨 교감하는 것도 좋아했다. 본격적인 승마가 시작되고, 승마를 50회 이상 경험한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분류되었다. 나는 물론 Beginner Group에서 천천히 승마를 즐기게 되었다.


물 마시는 Mosa. 핸드폰 배터리가 별로 없어서,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했다.


승마는 레이캬비크 특유의 거무스름한 화산 토양과 이끼로 이루어진 평지길에서 진행되었다. 이국적인 자연환경 속에서 아이슬란드의 토종말(Icelandic Horses)을 타니, 마치 내가 반지의 제왕 속 엘프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 아름다운 자연이여!



#2. 레이캬비크에서의 짧은 여행 안녕!


승마는 이번 레이캬비크에서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코너 속의 코너처럼, 코펜하겐 여정 속 미니 여행으로 준비했기 때문에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미리 싸 둔 짐을 가지고 레이캬비크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전, 숙소 근처에 있는 타이 레스토랑 'Tuk Tuk'에서 간단하게 점심 식사를 했다. 유학 시절, 많이 먹었던 델리 스타일로 파타이와 치킨커리를 고르고, 역시나 빠질 수 없는 아이슬란드 맥주를 주문했다.


아이슬란드 맥주, Brio. 이 맥주도 진짜 맛있었다!

2시간 동안 승마를 하고 먹는 밥이라서 그런지 별거 아닌 음식도 참 맛있었다. 든든히 속을 채우고 이제, 공항 가는 버스에 오른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아이슬란드여 안녕! 다음번엔 조금 덜 추울 때 오겠노라.



#3. 신기한 마을 버스 앱


며칠 경험해보지 않은 북유럽이지만, 덴마크도 그렇고 아이슬란드도 모든 걸 '자율'에 맡기는 것 같으면서도 나름의 시스템이 있는 신기한 동네이다. 이는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도 항상 느끼는데, 예를 들면 덴마크에서 지하철을 타고 내릴 때, 구매한 승차권을 검사하지 않아서 살짝 허무했던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무려 6,000원이나 주고 산 지하철 티켓인데! 하지만, 무임승차를 했다가 적발될 경우 13만 원 정도 되는 벌금을 물게 된다.


아이슬란드도 비슷한 맥락의 시스템이 있는 것 같았다. "규칙 여기 있소!"라고 외치는 느낌이 전혀 없는 시골 마을인데도 정확히 버스 시간이 지켜지는 것도 신기했는데, Anna가 알려준 'Straeto'라는 아이슬란드 마을버스 앱은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Straeto 티켓 화면. 영어 버전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Straeto 사용 방법은 이렇다.


1. 버스를 타기 전 미리 Straeto 앱을 다운로드한다.

2. 애플(또는 구글) 계정과 연계된 신용카드로 앱에서 간단하게 승차권을 구매하면, 'My Ticket' 메뉴에 승차권이 저장된다. (참고로, 아이슬란드의 버스 티켓은 거리에 상관없이 사용하는 기본요금 방식이다.)

3. 버스를 타고 기사에게 앱에서 구매한 티켓 화면을 보여준다.

4. 버스 기사가 앱 화면에 있는 'Activate Ticket'이라는 버튼을 누르면, 1시간 30분짜리 타이머가 가동되며 탑승처리가 완료된다. (1시간 30분 안에 버스를 갈아탈 경우, 추가적으로 티켓 구매 없이 해당 티켓 화면을 다시 보여주는 방식으로 승차 가능하다.)


IT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동네에서, '식권대장'과도 비슷해 보이는 앱으로 고속버스도 아니고 마을버스를 타니 정말 신기했다. 언뜻, 시스템이라곤 없는 순수한 히피의 동네 같은 곳에서, 오히려 그들만의 확고한 시스템으로 '자율'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자료들로 이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미국의 사례보다, 북유럽 케이스가 더 궁금해지는 요즘. 이를 직접 생활로 몸소 경험해보니 여행을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여러 가지 북유럽 사례들을 공부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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