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휴일 D+1

2017년 1월 26일 (목)

by 최용경
# episode 1. SIM 카드 사기 사건
# episode 2. 로마에서도 혹사 당하는 내 무릎
# episode 3. 숙소 도착 1시간만에 만든 이탈리안 친구


# episode 1. SIM 카드 사기 사건


생각해보면 지금껏 꽤 많은 여행을 해왔지만, 해외여행을 혼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항상 누군가와 함께 가거나, 혼자가서 현지에 있는 친구와 일정을 함께했다. 혼자하는 여행은 내게 설렘 이전에 긴장감을 주었고,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하고야 말았다. 정말 말도 안되는 사기를 당한 것이다. Aㅏ….


KakaoTalk_Photo_2017-01-29-21-46-47_36.jpeg 나에게 시련을 가져다 준 SIM 카드. 부들부들...


로마 Leonardo Da Vinci 공항에 내려서 입국 심사를 간단히 마치고 짐을 찾았을 때 시간은 벌써 저녁 7시. 공항에서 택시를 타는 대신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보내준 가이드에 맞춰 각종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숙소에 도착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한국에서 따로 SIM 카드 관련한 정보를 알아보지 않았고, 크게 문제가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공항에서 가장 먼저 발견한 SIM 카드 판매처로 당당히 향했다. 가격을 물어보자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가격들이 읊어졌다.


데이터 8기가 150유로, 12기가 180유로

판매처에서 1분 정도 고민 끝에 순간적으로 “유럽에선 통신 가격이 이렇게 비쌌었나? 설마 공항인데 사기는 아니겠지?” 생각하며 12기가, 즉 180 유로짜리를 덜컥 구매해버렸다. 구매 후 정신을 차리고 네이버에 ‘이탈리아 유심 구매’ 등의 키워드를 검색해보고 깨달았다. 나는 된통 사기를 당한 것이었다. 해외여행은 최소 20번 이상, 유학생활은 6년을 했던 이력을 생각해보면 정말 너무나도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정신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네이버 블로그에서 그렇게 여러차례 열거된 TIM 통신사 매장이 너무나도 많았다. 순간적으로 내게 사기를 친 판매원 아가씨의 눈빛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래, 9박 10일 동안 경거망동 하지말고 조심하라는 의미일꺼야.”라고 생각하기엔 값이 너무나도 비쌌고, 이제부터 TIM을 볼때마다 꿀밤을 두대씩 스스로에게 선사하기로 결심했다.



# episode 2. 로마에서도 혹사 당하는 내 무릎


SIM 카드 사기 사건은 내게 ‘신고식’ 같았다. 이 사건 이후로 조금 더 정신을 차려서 움직였고, 고속 열차와 지하철, 버스까지 타고 드디어 에어비앤비 숙소에 도착했다. 내가 예약한 숙소는 Tiburtina Station 근처에 있는 주택가에 위치했는데, 다음날 요가 수행을 가려면 기차를 타야했기 때문에 저렴하면서도 역 근처인 곳을 찾다가 예약하게 되었다. 저녁 9시반, 꾸역꾸역 집을 찾아서 벨을 누르니 Amin이라는 호스트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영어를 꽤 잘하는 친절한 호스트였다. 방을 간단하게 안내해주더니, 물과 귀여운 와인을 주었다. 물을 한잔 마시니 비로소 놀란 마음이 진정되는 느낌이었다. 내게 간단히 안내를 마친 후 Amin은 운동하러 간다며 나갔고, 나는 침대에 누워 SIM 카드 사기 사건을 되내이며 분노하고 있었다.


KakaoTalk_Photo_2017-01-29-21-46-44_92.jpeg 에어비앤비 호스트 Amin이 준 물과 와인. 감사합니다! :)


그때, Amin에게서 페이스북 메시지가 왔다. “안피곤하면 집 근처 구경시켜줄까?” 평소의 나였다면 물론 쉬겠다며 거절했겠지만, 이번 여행만큼은 오픈 마인드로 임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좋다고 답변했다. Amin은 곧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고, 우리는 집밖에 나가 동네를 걸었다. 동네를 걷기 시작한지 5분 정도 됐을까. 열심히 대화를 하면서 걷는데, 땅이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곧 무릎 통증이 격하게 밀려왔다. 울퉁불퉁한 로마 길거리에서 내가 넘어지고 만 것이다. 서울에서도, 뉴욕에서도 그렇게 넘어지더니 로마에서도 첫날부터 무릎을 혹사시켰다. Amin은 애써 침착하게 “What happened? haha”라며 날 일으켜 주었다.


로마에 도착한지 불과 3시간만에 내게 찾아온 두 번째 시련이었다.


무릎이 너무 아팠지만 초면인 Amin에게 민망한 기분이 들어 괜찮다고 되뇌었다. 나중에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와서 보니, 양 무릎과 손이 까져있었다. 요가할때 얼마나 고생을 하게될지 짐작이 되는 순간이었다.


KakaoTalk_Photo_2017-01-29-21-46-41_15.jpeg 드디어 숙소로 돌아와 휴식. 집이 최고다...!



# episode 3. 숙소 도착 1시간만에 만든 이탈리안 친구


벌써 몸과 금전에 손상을 입었지만, 그래도 나는 이탈리아에서의 첫날을 꽤 괜찮게 평가한다. 이유는 바로 에어비앤비 호스트 Amin 덕이다. Amin은 친절하고 상냥한 호스트였고, 날 편하게 대해줬다. 모든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이렇게까지 친절하진 않을텐데, 내가 와인 좋아하는 걸 어찌 알고 와인을 내어주질 않나, 동네 구경을 시켜주질 않나, 심지어 저녁까지 사주었다.


KakaoTalk_Photo_2017-01-29-21-46-38_69.jpeg Amin과 함께한 저녁. 샘플러가 참 맛있었다!


숙소 바로 근처에 있는 캐쥬얼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밥을 같이 먹으면서 Amin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Amin은 엔지니어링 석사 학생이면서, 유명한 엔지니어링 회사의 직원이면서, 사업가였다. 온라인 쇼핑몰을 준비하고 있었고, 이 전에는 견과류 관련 사업을 했었다. 그와 이탈리아, 한국, 가족, 커리어와 같은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니, 어느새 자정이었다. 요가 수행에 갔다가 로마에 돌아오면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저녁식사를 마무리 했다. Amin은 내가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였다. 로마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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