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7일 (금)
# episode 1. 웰컴 투 깡시골
# episode 2. ‘홀로 시골 탐방' 일정 확정
# episode 3. 이탈리아 온천 체험기
오늘은 맛있는 머핀과 이탈리아 맛이 나는 커피로 하루를 시작했다. 상큼한 하루가 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기차와 택시를 타고 현지인이 된 것처럼 매끄럽게 요가 리트릿 장소인 Bagno Vignoni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로마에서는 약 2시간 정도 떨어진 동네였다. 다부진 택시 기사 아저씨가 날 내려주시며 씰룩 웃으시곤 한 마디 하셨다. "You're deep in the countryside." 여유로운 웃음으로 화답했다. 여기가 얼마나 시골 일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곧 요가 리트릿을 주관하는 Locanda del loggiato의 매니저인 Barbara를 만났고, 그녀는 마을의 이곳저곳을 소개해 주었다. Barbara에게 들은 Bagno Vignoni라는 마을에 대해 잠시 소개해보겠다.
(1) Bagno Vignoni는 마을 인구가 총 30명 정도 되는 초소규모 마을이다.
(2) 지금은 비수기이기 때문에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3개뿐이다.
(3) 옛날부터 온천으로 유명한 마을이다. 마을 곳곳에 있는 온천에 발을 담글 수도 있다.
(4) 나는 빌라 하나를 통으로 쓰게 될 예정이며, 이 빌라는 와이파이가 되지 않아 와이파이를 이용하려면 Reception이 있는 장소로 와야 한다.
(5) 요가는 일대일 교습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즉, 지금 요가 리트릿을 위해 Bagno Vignoni에 온 사람은 전 세계에서 나 혼자이다.
내가 2박 3일 동안 머무를 마을에 대하여 간단히 알게 되자 문득 ‘아, 여기는 보통 혼자 오는 곳은 아니었구나.’라는 깨달음이 머리를 스쳤다. 온 세상 요가인들과 만나서 요가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남는 시간에 와이너리 투어를 같이하고자 했던 나의 기대가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마치 영국의 금융 전문가가 예술가로 직업을 바꾸고 타히티 섬으로 들어가는 내용인 ‘달과 6펜스’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었다. 암튼 엄청 특이한 경험이긴 한데, 나는 이제 2박 3일 동안 뭘 하면 좋을지 막막한 기분이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나의 막막함을 알기라도 한 듯, Barbara는 친절하게 이 동네에서의 일정을 짜주었다. 그에 맞춰 나도 이 동네 이후에 ‘홀로 시골 탐방’이라고 모호하게 적어두었던 일정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요가 리트릿 후에 어떤 동네를 가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Barbara가 추천하기도 하고, 나도 가보고 싶었던 Siena와 Firenze를 다음 행선지로 결정하였다. 그에 맞춰 재빠르게 기차와 에어비앤비를 예약했다.
여행에서의 두려움은 평소 경험하지 못했던 환경에서 오는 ‘낯섦’ 때문라고 했던가. 일정의 윤곽이 나오면서, 낯섦의 감정이 조금은 스케치된 그림으로 바뀌었다. 나도 모르게 안도감이 들었다.
Bagno Vignoni의 중심에는 마치 신들이 목욕할 것 같이 생긴 노천이 크게 있다. 예전에는 실제로 마을 사람들이 이 노천에서 목욕을 했다고 한다. 지금은 노천에서 실제로 목욕을 하지는 않고, 대신 그 물을 그대로 끌어다가 스파로 만들었다. 마을의 신비로운 기운을 온천에서 실감할 수 있다고 하니 온천 체험이 더욱더 기대 되었다.
온천 체험을 안내하면서 Barbara는 수영복 외에 다른 물품은 모두 준비가 되어 있으니 수영복만 가지고 온천에 가면 된다며 싱긋 웃었다. 근데 그게 웃을 일이 아니라 당연히 나는 수영복을 가져오지 않았고(ㅠㅠ) 곧 Barbara의 손에 이끌려 동네 구멍가게로 향했다. 1분 정도 걸어 도착한 가게는 정말이지 초등학교 시절 문방구를 연상케 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수영복 코너로 우리를 안내했고, 수영복은 XS 아니면 L 사이즈밖에 없었다. L 사이즈를 사면 주먹이 엉덩이에 들어갈 것 같아서 XS로 하나 구매했다.
저녁이 되고 와인 한잔으로 몸을 녹인 후, 나는 여유롭게 스파로 향했다. 수영복을 입고 온천에 들어가니 발가벗고 들어가는 한국 목욕탕보다 한결 마음이 놓였다. 최근 읽은 ‘목욕탕은 사랑입니다’라는 포스팅이 떠올랐다. 역시나 나는 한 겹쯤 가려주는 무언가가 있어야 마음이 편한 스타일이구나 생각했다. Bagno Vignoni의 물은 정말 부드러웠다. 내 살결도 물과 섞여 부드러워지는 듯했다. 온천 내관은 한국에 있는 목욕탕과 크게 다를 게 없었지만, 사람도 적고 여유로운 음악도 흘러나와서 마치 내가 신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낯섦이 설렘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