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8일 (토)
# episode 1. 평화로운 모닝 요가로 하루를 시작하다.
# episode 2. 누군가와 함께 꼭 다시 오고 싶은 Nostravita
# episode 3. Grazie, Barbara!
적당히 쌀쌀한 날씨 덕인지, 시차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침 일찍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떴다. 오늘은 Bagno Vignoni에 온 원래 이유였던 요가 레슨을 처음으로 받는 날이다. 선생님이 오시기 전 분주하게 거실을 정리했다. 숙소에서 일대일 요가 레슨을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8시 20분이 되자, 선생님이 도착하셨다. 선생님은 원래 이름이 Claudia, 요가를 위한 영적인 이름은 Rudravina라고 본인을 소개하셨다.
초와 향을 피우고 세레모니를 간단하게 마친 후 요가 레슨을 시작했다. 요가는 하루를 편안하게 시작할만한 Hatha Yoga로 진행했다. 화려한 동작보다는 나 자신을 아끼는 마음이 담긴 요가였다. 1시간 조금 넘게 요가를 하니 몸과 마음이 적당히 이완되었다.
위장도 이완이 되었는지 급 식욕이 돌아, 숙소에 있던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고 서둘러 아침을 먹으러 갔다. 아침은 이탈리아인들이 보통 먹는 빵과 요거트, 과일 등으로 구성되었고 카푸치노 한 잔은 따로 주문했다. 느긋한 마음으로 향긋한 카푸치노를 한 모금 마시니 그야말로 신선이 된 기분이었다.
아침을 천천히 마무리하고 오후가 되어, 어제 계획한 대로 Barbara의 차를 타고 Bagno Vignoni 근처 마을 구경을 시작했다. Abbey of Saint Antimo와 Montalcino와 같은 동네에서 유명한 장소들도 너무나도 아름답고 좋았지만, 나에게 Notravita('우리의 삶'이라는 뜻)라는 조그마한 와이너리에서의 경험은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Notravita에 머무는 내내 동화처럼 신비롭고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Notravita에서 나는 또 한 명의 좋은 이탈리안을 만났는데, 그는 바로 Annibale 할아버지이다. Annibale 할아버지는 예술가이자 Notravita의 주인인데, 와이너리 자체가 Annibale 할아버지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 놓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Annibale 할아버지는 낡고 닳은 옛 서적을 그대로 타이핑하여 책을 만들기도 하고, 좋은 나무를 골라 아름다운 시가 파이프를 만들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17세기의 선조들이 남긴 일기들을 직접 엮은 책이다. 17세기 스페인군이 마을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왔는데, 그 당시 마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쓴 일기를 모아 깨끗하게 타이핑한 것이다. Annibale 할아버지는 "같은 날, 같은 현상을 경험하고도 사람들이 가진 생각이 다르더라"며 자랑스레 책을 보여주셨다. 역사에 대한 존경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온몸으로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Annibale 할아버지는 각 국에서 오는 예술가들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그의 작업장을 내어준다고 하셨다. 그 말을 증명이나 하듯, 예술가들의 작품이 담긴 수십 권의 책에는 Nostravita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형물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Annibale 할아버지는 본인의 예술혼을 와인에도 담는데, 모든 와인병에 붙어있는 레이블에 손수 그림을 그려 넣는다. 와인병 자체도 예술품처럼 얇은 종이로 싸서 레이블에 그려진 그림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였다. 와인을 시음하기 전부터도 마음과 눈에 와인향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이제 와인을 맛봅시다. 이렇게나 긴 설명이 끝났으니!”
Annibale 할아버지는 유쾌하게 본인의 집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캐주얼하게 마시는 Rosso와 고급 품질의 포도로 만든 Brunello를 종류별로 마시며 Annibale 할아버지와 Barbara와 함께 시간 가는지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와인과 함께 나눈 이야기도 어찌나 예술 같던지. 와이너리에 한 번 왔다가 미국에 있는 새둥지를 가지고 다시 찾아온 미국인, 여러 차례 작품과 책을 보내주는 예술가들, 와이너리에서의 사진을 모아 책으로 만들어 Annibale 할아버지께 보내준 손님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코가 찌릿해졌다. 정말 말도 안되게 행복한 꿈같았다.
다음번엔 꼭 ‘명상을 위한 와인(wine for meditation; Annibale 할아버지와 나눈 대화 중 일부)’을 존중하는 사람과 Nostravita에 다시 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우리의 삶'을 즐기는 방식 아닐까?
Bagno Vignoni에 머무른 동안 내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고 친해진 사람은 Barbara이다. 그녀는 동네에서 거의 유일하게 영어가 가능한 사람이었고, 내게 좋은 경험을 선사하려 적극적으로 도와준 사람이다. 5시간 정도 마을을 구경하면서 Barbara와 교감해보니 Barbara는 정말이지 지적이고 심성이 따뜻한 여인이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그녀도 나에게 정이 들었는지, 따뜻한 볼키스를 해주었다. Barbara 또한 내가 꼭 다시 만날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완벽한 하루를 선물한 Barbara에게 깊은 감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