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의 재회 셋째 날
Gloomy Tuesday. 오전에는 안개가 끼고 날씨가 흐리더니만, 비가 내리는 걸 넘어서서 말 그대로 '쏟아지던' 하루다. 오늘은 왠지 맛있는 라테를 꼭 한 잔 하고 싶어서, 곧장 Midtown으로 향했다. 올해 들어서는 처음 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안갯속에서 더욱 멋스러워 보였다.
흐린 날씨와 미드타운의 인파를 온몸으로 겪으며 도착한 Paper Coffee! 사실은 Gregory’s Coffee라는 추억의 카페에 가려던 차, 그냥 오늘은 뭔가 조금 더 '힙'을 경험하고 싶었다. Made Hotel 1층에 위치한 카페답게, 인테리어와 서비스 모두 섬세하고 세련됐다. 특이하게도 이 카페는 현금을 받지 않는 카페. Paper Coffee라는 이름과 조금 상반되는 컨셉이 색달랐다.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사람들, 랩탑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열심히 브런치를 쓰고, 친구들과 메시지도 주고받으며 두어 시간을 보내고는 카페 밖으로 나왔는데. 저기요, 여기 홍수인가요. 비가 말 그대로 억수같이 쏟아지는걸 온몸으로 겪으니, 레인부츠를 가져오려다 짐이 많아질까 봐 포기했던 순간이 문득 떠올랐다.
장대비를 뚫으며 좀 걷다 보니, 우리 회사와 파트너십 얘기가 오고 갔던 가구 브랜드 ‘Blu Dot’이 눈 앞에 있었다. 블루닷 이후로도 의도치 않게 소품과 가구 매장들을 여기저기 들렀는데, 이런 게 바로 직업병인건가! 그래도, 예전엔 안보이던 것들이 이제는 보이는 내 자신이 기특했다.
학생 시절 뉴욕과는 또 다른 느낌의 뉴욕. 뉴욕은 오랜만에 봐도 여전하기도 하지만, 나의 경험과 안목에 따라 색다른 모습이 끊임없이 보이는 공간이다.
걷다 보니 이번에는 큰 규모의 나이키 매장이 나왔다. 뉴욕에 오기 전날 직관했던 코리아오픈에서 Maria Sakkari 선수가 입기도 했고, 세계랭킹 1위 Simona Halep 선수도 최근 입었던 노란색 테니스 스커트의 화이트 버전 발견! 아직 새 라켓은 못 샀는데 스커트부터 사기는 민망해, 마음에 들었지만 한 번 입어보고는 슬며시 내려놓았다. 테니스는 되게 못하는데 스커트만 선수복장인 게 민망할 것 같기도 해서 ㅎㅎㅎ
저녁은 친척동생들과 Raku라는 소호의 우동집에서 먹었다. 보기만 해도 힐링되는 인테리어와, 내가 먹어본 우동 중 가장 쫄깃쫄깃했던 생면이 인상적인 곳! 꽃향기가 가득했던 사케 두어 잔으로 노곤해진 몸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비 맞느라, 비 젖은 신발 신고 다니느라 피곤해 저녁 8시에 바로 곯아떨어진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