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의 재회 여섯째 날
분무기 같이 내리는 비에 후드를 대충 눌러쓰고 오늘은 내가 뉴욕에서 제일 좋아하는 박물관 중 하나인, The Frick Collection으로 향했다. 첫날 학교에서 산 넉넉한 캠퍼스 후드를 푹 눌러쓰고 주위를 돌아보니, 정말이지 우산을 쓰는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역시 뉴욕이야, 쏘 쿨 해! 맘에 들어!
박물관에 도착하기 전, 친환경 재료만을 쓰는 ‘Amali’라는 식당에서 커피와 치즈케익을 먹으며 역시나 오늘도 이른 오후의 여유를 만끽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이렇게 여유로운 낮시간이 무척이나 그립겠지! 게다가 맛있는 음식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 정말 무엇보다도 소중한 휴가 중 일상이다.
오늘은 낮술이 아닌 맛난 커피 2잔으로 시작한 하루라, 왠지 조금 더 힘이 불끈 솟는 느낌!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걷다 보니 눈 앞에 The Frick Collection이 나왔다. The Frick Collection은 Frick이라는 부자가 예술작품을 모아 만든 박물관이다. 원래는 Frick의 자택이었다가, Frick과 그의 부인이 세상을 떠나고는 박물관으로 오픈했다고. 그래서 The Frick Collection은 미술품뿐만 아니라, 가구나 인테리어까지도 예술 감각이 정말 뛰어난 곳이다.
모든 작품들이 훌륭했지만, 박물관 오는 길에 Park Avenue에서 본 5살 즈음의 발레리나복을 입은 꼬마가 연상되는 <The Rehearsal>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작품이 만들어진 옛날이나, 지금이나 어찌 보면 삶의 색깔만 조금 바뀌었을 뿐, 구조는 매한가지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The Frick Collection에서 작품 안에 깃든 이야기를 탐닉하는 시간을 마치고, 72nd Street 쪽으로 향했다. 핫도그가 너무 당겨서, 뉴욕의 명소 Gray’s Papaya에서 핫도그를 하나 먹고는 72번가부터 59번가까지 주욱 내려오는 길을 또 열심히 즐겼다. 콧노래를 조금 부른 것 같기도 하다. ㅋㅋ
60번가 즈음 내려오니 나온 링컨센터. 귀와 눈을 모두 즐겁게 하는 발레를 좋아하는 내가 대학교 때 주기적으로 드나들었던 곳이다. 오늘은 그저 밖에서만 링컨센터를 바라봤는데도 너무나 운치 있고 기분 좋았다. 링컨센터 광장에 모여있는 사람들 특유의 그 신나 있는 표정들!
링컨센터에서의 짧은 휴식을 마치고, 집으로 잠시 돌아갔다. 오랜만에 컵누들도 하나 먹고, 친척동생들과 로제와 맥주도 한잔씩 하니 어느새 11시 30분. 우버를 불러, 예약해뒀던 블루노트 공연을 보러 갔다. 마치 전통이란 게 무엇인지 외치는 것처럼 블루노트는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12:30 am 공연임에도 사람이 꽤 많았다. 내가 블루노트의 새벽 공연을 좋아했던 건, 저렴하기도 하지만 한산해서인데!
Marcus Machado라는 아티스트가 여러 아티스트들과 콜라보로 진행한 오늘의 공연은 새벽 3시가 넘도록 계속됐다. 열화와 같은 관중의 성원 덕에 신이 나서 더 길게 한 거 같기도 했다.ㅋㅋ 공연 그 자체만 아니라 관중의 반응을 보고, 그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오는 건 블루노트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이다. 어차피 음악이란 건 마음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인 거니까! 역시나 술과 음악이 함께 있으니 피곤한 줄도 모르고 공연을 보다가 돌아오는 길 우버 차 안에서 꾸벅꾸벅 졸았던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