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의 재회 일곱째 날
두번째 테니스 그룹레슨을 받는 날. 우버의 카풀 서비스인 Uber Pool을 이용해, Frederick Johnson Court로 향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두근대는 기대와 함께! 다른 우버 드라이버들과는 달리, 승객과 수다를 떠는걸 좋아하던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드라이버는 나와 함께 탔던 이탈리안계 미국인과 운전을 하는 내내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할렘의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얘기, 우버 비즈니스에 대한 얘기 등 이것저것 얘기를 하고 듣다보니 어느 새 코트 도착. 역시 미국인들은 모르는 사람과도 수다를 참 잘떠는것 같다.
그들이 나눈 이야기 중 인상적이었던 건, 백인으로서 할렘에 살면 마치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적인 ‘얼굴’이 되는 것 같아, 할렘에 살다가 이사를 나왔다는 점. 전형적인 White Guilt인데, 한마디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여러가지 이슈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어쨌든 편안하게 코트에 도착!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레슨 코트가 없었다. 예약완료 이메일을 여기저기 보여주며 여쭤보니, 오마이갓. 이번 레슨을 하는 코트는 여기가 아니라 할렘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었다.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이 코트로 와버린 것. ‘어쩌지? 이미 수업시간은 지났는데.’ 어떻게할지 고민하며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Autumn이라는 친구가 다가와 이왕 이렇게 된거 함께 랠리를 할지 제안했다. 본인은 친구에게 바람 맞았단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역시 여기는 자유롭게 테니스 상대에게 제안하는 문화가 있다보다. Autumn과 1시간 정도 랠리를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여유롭게 테니스를 치며 수다떠는 젊은이들로 모든 코트가 가득 차 있었다. 왠지 부럽기도하고 멋지기도 하고. 나도 꼭 저렇게 여유롭게 테니스를 치며 수다를 떨 수 있는 레벨까지 발전했으면 좋겠다.
즐거웠던 테니스 후, 148번가에서 14번까지 주욱 로컬버스를 타고 맨해튼 구경을 했다. 햇살이 아름다운 주말이라 그런지, 모두들 테라스에 나와서 여유롭게 브런치를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조금 늦은 점심을 먹으러 일본 식당에 들렀는데, 여기는 특이하게도 ‘No tipping restaurant’이었다. 가격이 꽤 비싼 레스토랑이어서 노팁이 크게 메리트는 없는것 같았지만, 뉴욕에 이런 식당이 있는 것도 특색있어 보였다. 팁 금지 레스토랑인데도, 보란듯이 서비스는 어느 곳보다 훌륭했다.
점심을 먹고 L 트레인을 타고 오랜만에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 갔다. 히피들의 동네인만큼, 길에 있는 젊은이들의 옷차림도 확실히 달라보였다. 오늘은 하루 종일 커피를 한 잔도 안먹었다는걸 깨닫고 카페에 들어가 레드벨벳 마카롱까지 하나 시켰는데, 자유영혼인 윌리엄스버그답게 마카롱을 카운터에 툭! 던져주었다. 그런데도 왠지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마치 욕쟁이 할머니 국밥집처럼 윌리엄스버그만의 특징을 담은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카롱이 정말 쫄깃한게 기가 막혔다!
마치 윌리엄스버그 동네사람인마냥 테니스 라켓을 둘러메고 윌리엄스버그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브루클린 브루어리로 향했다. 저녁에 와인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맥주를 마시진 않았지만, 창고를 개조해만든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누구나 좋아할만큼 특색있는 모습이었다. 누구든, 뉴욕에 놀러오면 꼭 방문해봐도 좋은 곳이다.
이제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의 집으로 서둘러 향했다. 처음 뉴욕에 왔을 때부터 알고지낸 그 친구는 같은 집에 벌써 6~7년정도 살고 있다. 서울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월세를 내는 뉴요커들 사이에서 이렇게 한 곳에 오래 사는건 흔치 않은 일. 내가 미국에 살 때도 종종 와인을 마시곤 했던 추억의 그 집은 인테리어를 조금 바꾼 것 외에는 달라진게 없었다. 친구는 물론이고 그 집까지 너무 반가웠다.
5년 전처럼 똑같이 낮은 조도와 편안한 분위기로 각자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새벽. 우리 둘 다, 이제는 트렌디한 바에 가서 노는 것보다 이렇게 추억이 담긴 공간에서 조곤조곤 노닥거리는게 훨씬 좋아져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