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Trip in Melbourne / Day 01
참 오랜만에 하는 해외 여행이다. 출장이 아니라, 온전히 내 힘으로 가는 '해외 여행'은 작년 10월에 갔던 미국이 마지막이다. 여행을 나름 자주한다 자부하던 내가 무슨 이유에서건 이렇게 여행 빈도가 줄었다니, 조금 놀랍긴 하다. (그냥 여행 흥미가 조금은 떨어진 것 같기도 하고, 전세 자금 대출을 시작하면서인 것 같기도 하고, 딱히 이유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이번 여행은 그저 가볍고, 느긋한 마음이 드는 여행이기를.
오랜만에 하는 이번 여행은 제일 친한 친구, 신아영과 1년을 넘는 기간동안 월에 10만원씩 모아 드디어 오게 된 뿌듯하고 부담없는 여행. 중간중간 기쁠 때, 슬플 때, 짜증날 때마다 슬쩍슬쩍 좋은 술과 밥을 사먹느라 여행 자금을 까먹긴 했지만 나름대로 꾸준히 모으다보니 드디어 여행까지 오게됐다. 곗돈 타는 느낌이고 참 뿌듯하네 이거.
처음에는 지난 덴마크 여행에 감명을 받아 북유럽을 생각하다가, '넥스트 북유럽'이라며 평소 왠지모를 애착이 있던 호주, 그 중에서도 요즘 가장 힙하다는 멜번을 선택하게 됐다. 멜번에 가면 조금 더 건강하고 순수한 일상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중국 광쩌우를 경유해, 약 13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드디어 멜번 도착! 친구의 정보력 덕에 공항에 있는 우버 픽업존에서 굉장히 수월하게 우버를 타고 숙소가 있는 동네에 도착하니, 아직 체크인을 하기엔 너무나 이른 오전 10시였다.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문의해보니, 아직 게스트가 체크아웃을 안해 일단은 좀 기다려달라고 한다. 그럼, 우선 우리 밥을 먹자!
큰 짐을 끌고, 숙소 근처 'Humble Rays'라는 브런치 카페로 향했다. 식당 앞에 가보니, 오마이갓.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다. 평소 같으면 절대 기다리지 않았을텐데, 체크인까지 무려 4시간 정도는 큰 짐을 가지고 기다려야하는 상황이니 시간도 떼울 겸, 언제 또 이렇게 줄 서서 밥을 먹겠나 싶은 마음에 슬쩍 줄을 서 기다리기로 했다. 바쁠 것 없어. 느긋해도 괜찮아!
1시간 가까이 기다려서 드디어 먹은 따뜻한 커피와 첫 끼. 사람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여정이 길어서 피곤해서인지, 맛있으면서도 조금 불편한 느낌이었지만, 탄수화물이 주는 에너지는 그 무엇보다 대단하다. 얼어있던 몸이 사르르 녹았고, 체크인 시간까지 즐겁게 기다릴 힘이 생겼다.
밥을 먹고도 우리에게는 2시간이라는 여유시간이 있어, 근처에 있는 Queen Victoria Market에 들렀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마켓인데, 사실은 마켓이라는 말보다 '시장'이라는 말이 더 잘어울리는 곳이었다. 비교적 정갈한 미국이나 유럽 시장보다는 캐쥬얼하고 자유분방한 한국 시장과 더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정육제품과 과일, 채소, 책 등 다양한 제품들을 구경을 하다보니 어느덧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서 메시지가 와있었다.
두근두근 신나는 마음으로, 숙소에서 먹을 와인과 주스, 요거트를 냉큼 구매했다. 마음이 편해지니 시장에 있는 물건들이 더 잘 보이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
'지속가능한' 문화가 이미 너무나 자연스러운 멜번답게, 와인과 주스, 요거트는 모두 비닐봉지 포장 없이 생짜로 받았다. 에코백이 필수구나 여긴! 과한 포장이 요새는 더욱 '부담'으로 다가오는 내게, 불편하지만 부담없는 멜번식 생짜 패키징은 왠지 모르게 가볍고 느껴졌다. 게다가, 시장에서 팔던 와인은 병을 다시 오면 저렴한 가격에 '리필'도 해준다고.
이제 드디어 숙소 도착! 숙소는 사진에서 봤던 것처럼 깔끔하고 모던했다. 55층에 위치한 숙소라, 경치도 시원하고 맘에 들었다. 따뜻한 차 한 잔, 시장에서 구매해 온 와인 두 잔을 마시고는, 어느새 쌔근쌔근 낮잠을 자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ㅎㅎㅎ
한 3시간쯤 숙소에서 씻고, 짐도 풀고, 낮잠도 자고 나니 어느덧 저녁. 한국에서 가져온 까르보나라 불닭볶음면을 먹고는 어딜가나 내가 꼭! 반드시! 해보는, '마트 탐방'에 나섰다. 시장과는 또 다른 매력의 마트 구경. 관광객만 많은 관광지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섞여 있는 마트는 내게 주는 기쁨이 너무나도 크다. 현지에서 나는 식료품 뿐만 아니라, 이를 대하는 로컬들을 함께 구경하는게 나에게는 너무나도 큰 재미랄까.
숙소에서 10분 정도 걸으니, 부근에서도 가장 큰 Coles Mart에 도착했다. 일요일 밤이라서 그런지, 한 주를 시작하기 전 식량을 준비하는 현지인들이 많은 것 같았다. 우리는 내일 와이너리에서 먹을 치즈와 맥주, 각종 칩과 평소 해외 유튜버들이 써서 부럽게 보기만 했던 'Simple'과 'Sukin'이라는 브랜드의 코스메틱 제품도 득템했다. 숙소에서 써보고 좋으면 더 사가야지!
마트에서 사온 멜번 로컬 맥주(Melbourne Bitter)와 감자칩, 그리고 유튜브로 마무리한 멜번의 첫 날 저녁.
내일부터 본격 멜번 여정 시작. 너무나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