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Trip in Melbourne / Day 02
오늘은 에어비앤비 트립으로 미리 예매해둔 와이너리에 가는 날!
점심을 제공해주는 트립이 아니기 때문에, 어제 마트에서 사둔 치즈와 크래커를 챙기고, 그래도 부족할게 뻔하기 때문에 출발 전 잠시 몰에 들러 빵과 스시 같은 간단한 요깃거리를 샀다. 그러고는, 쌀쌀한 날씨 속에서 한잔 마셔보는 모닝 커피. 역시나 유가공 제품이 훌륭한 호주답게 라테가 참 맛있다.
세인트 폴 성당 근처에서 와이너리 트립 호스트인 Andrew를 만나고 보니, 이 분 정말 보헤미안의 에너지가 물씬 느껴진다. 허름하기 짝이 없는 벤에서 10명 정도의 글로벌 친구들과 처음으로 한 건, 서로 좋아하는 음악 틀기. 호주에 온지 얼마 안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자유분방한 서양식 문화(ㅋㅋ)가 부끄러웠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우리에게는 같이 먹을 술이 있다! 그 와중에 핑크퐁 상어송을 틀며 Funny Song이라던 플로리다 아가씨를 보고는 한류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뽕에 취하는 기분이었다.ㅎㅎ
한 시간 가량을 어색하기도 하고, 웃기기도한 그런 분위기 속에서 달리다보니 어느새 Yarra Valley에 있는 첫 번째 와이너리 도착! 거대하고 멋스러운 나무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가볍게 10잔 가량의 테이스팅을 마친 후에도 내가 원하는 느낌의 와인은 찾을 수가 없어서, 다음 와이너리로 향했다.
두 번째 와이너리는 Yering Farm이라는 곳이었는데, 여기 어쩐지 느낌이 좋다. 가족이 운영하는 작지만 전통있는 와이너리였는데, 외부에 유통을 거의 안하는지라, 와이너리에서 먹거나 구매하지 않으면 구하기 힘든 와인이란다. 내가 또 그런 것 좋아하지! 게다가, 첫 잔부터 마이 데스티니!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깔끔한 맛. 우리는 여기서 와인 사재기를 하기로 결심했다. ㅎㅎㅎ
와인테이스팅을 마치고 총 12병의 와인과 애플 사이더를 사재기 하고 나니(하루에 한 병씩 마실테다!), 밖에 이렇게 귀여운 상차림이 준비되어 있다. 게다가 보헤미안 Andrew는 기타를 들고 앉아있었다.(ㅋㅋ) Pickled Onions와 치즈를 나눠먹으며 와인도 한 두잔씩 더 마시다보니, 어느새 글로벌 친구들과도 친해지는 기분. 홍콩에서 헤지펀드회사를 다니는 금융맨, 플로리다에서 온 아가씨, 최근 아들에게 좋은 일이 생겼다던 뉴저지 아저씨, 싱가폴 변호사 커플, 태국 인테리어 디자이너까지! 처음에는 너무나 어색하기만 했지만, 이런게 바로 와인이 주는 기쁨 아닐까. 내가 이래서 와인을 사랑한다.
마지막으로는 Helen과 Joey라는 커플이 운영한다는 세 번째 와이너리, 'Helen&Joey'에 갔다. 알딸딸한 기분 탓인지, 아니면 정말 경관이 좋았던 것인지, 와이너리로 향하는 자연경관이 멋스럽기 그지 없다. 인생 뭐 있나! 이렇게 좋은 것 먹고, 좋은 것 보면 그만이지. 이 기쁨을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누려줄 수 있는 동지들만 있다면 무얼 한들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
마지막 와이너리까지 갔다가, 소주를 마시면 꼭 아이스크림을 찾는 내 못난 습관까지 알았다는 듯, Andrew는 우리를 초콜릿공장으로 데려갔고, 달달한 초콜릿을 맘껏 맛보고는 숙소에 돌아왔다. 소파에서 잠시 눈을 붙인다는게 어느덧 1시간 반.(ㅎㅎㅎ) 에너지 충전 했으니 이제, 저녁 먹으러 가야지!
저녁은 오늘 왠지 끌리는 파스타를 먹기로 했다. 아마도 술을 먹어서 탄수화물이 당겼나보다. ㅎㅎㅎ 친구가 골라둔 레스토랑 4개 중 나의 원픽인 'Florentino'라는 곳으로 우버를 타고 부자가 된 마음으로 향했다. 몰랐는데 가보니 Florentino는 생각보다 럭셔리한 곳. 2층은 코스요리를 먹을 사람들만, 1층은 캐쥬얼하게 메인요리를 먹을 사람들만 앉는거라고 한다.
1층으로 당연하다는듯 내려와보니, 월요일 밤의 Florentino는 동네 아저씨들 모임도, 가족 모임도 있는, 편안하면서도 품위는 잃지 않는 분위기였다. 구글 포토를 들여다보며 메뉴를 고르다보니, 어느새 친절한 셰프 할아버지가 오셔서 같이 메뉴를 골라주셨다. 우리가 주문한건 파스타 하나, 스테이크 하나. 기대된다!
"양 넉넉히 해서 둘이 나눠 먹게 해줄게!"
"오잉? 네네 ^.^"
셰프 할아버지가 이 말 한 마디를 남기시고 떠나셔서 별 생각 없이 음식을 기다렸는데, 어머나 이게 뭐야.ㅠㅠ 파스타 하나를 두 접시에까지 나눠서 오셨다. 정말 내가 평생 받아본 서비스 중 최고다. 와, 이게 바로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배려심 넘치는 서비스인가?
우리는 몸과 마음 모두 풍성하게 채워서, 시루떡 같이 잘라주던 티라미수까지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따뜻한 차와 함께 티라미수로 마무리한 저녁.
적당한 배려심과 적당한 즐거움이 가득했던 하루. 이런게 바로 인생의 행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