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등을 낮은 조도로 켜놓고 혹여나 아기가 깰까 조심조심 책장을 넘깁니다. 불현듯 글감이 떠오를 때면 카톡 나에게 보내기를 열어 정신없이 독백을 시작합니다. 손목과 손가락이 이전 같지 않음을 느낄 때면 머릿속으로 타자기를 두드려봅니다. 토톡- 토도독- 그렇게 침묵 속에서 글을 쓰다 아이가 잠들었을 때 얼른 눈을 붙여봅니다.
글에 푹 빠져있을 때면 꿈에서도 글쓰기의 연장선이 됩니다. 고요하고 커다란 나의 자아는 먼발치에서 꿈을 바라보며 조용히 생각해 봅니다. ‘아, 이거 남겨볼까…?’
이따금 나는 가본 적 없는 하와이의 울창한 수풀림을 미친 듯이 달리곤 합니다. 갑자기 퍼붓는 소나기에 고개를 들어 빗물을 온 얼굴로 맞이하다, 원 없이 눈물을 흘려보내기도 하지요. 쭈그려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 빛깔이 영롱한카멜레온이 날름 혀를 내밀 때가 있습니다. 잠시 미소로 바라보다 또다시 전력 질주를 하며 앞으로 달려 나갑니다. 탁 트인 바다가 등장하면 새처럼 두 팔을 벌려 다이빙을 해요. 인어가 되어 원 없이 바닷속을 헤엄칩니다.
펜 한 자루면,
나는 언제든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으로서기꺼이 가면을 즐겨 씁니다. ‘가면’이란 꼭 거짓과 같이 부정적인 것을 의미하지만은 않아요. 배려와 사회성, 예의의 표현이기도 하지요. 외향인이 되어 신나게 웃고 떠든 뒤에는 내향인이 되어 혼자만의 방으로 돌아옵니다. 단, 이곳에는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가면을 벗고 맨얼굴로 입장하기!
솔직한 나와 대화하는 시간은 내면을 한층 단단히 만들어주었고 상대방과 주어진 상황을 먼저 바라보는 한 템포 여유를 선사하였습니다. 지금도 기꺼이이렇게 쓰고 있는 이유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