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첫째와 집에서 영화 <엘리멘탈>을 보았습니다. '엄마가 네 곁에서 함께 봐줄게'의 마음으로 발 한 짝 담그는 느낌으로 보기 시작했는데요. 그러나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어머머머 이거 너무 재미있다. 빠져든다 빠져들어!' 하며 한 시간 넘게 아기띠를 메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드랬습니다. 급기야 "엄마, 울어...?" 하며 첫째가 수시로 얼굴을 바라봐주기도 했네요^^"
근래 엘리멘탈의 주인공 불과 물을 떠올리며 OST를 자주 듣던 저는, 문득발표자로서의 모습이 이 둘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대에 서기 전까지는 불과 같이 연습하고, 실전에 오른 뒤에는 힘을 빼고 물이 되어 그날그날 변화하는 저의 모습은 온도 차가 조금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은 따뜻한 물이 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진지한 얼음이, 어떨 때는 뜨거운 열기에 기체가 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영화 속 웨이드(물 캐릭터)처럼 말입니다.
무대 위 모습을 결정하는 요인은 그날 강의의 목적과 함께하는 청중분들입니다. 시간과 장소,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말하는 속도나 어조, 사례 등도 변화하게 됩니다. 똑같은 강의안을 들고 다양한 곳에 찾아뵙더라도 핵심 골자를 제외한 내용은 달라집니다.
자유롭게 물의 모양이 변화하기 위하여 선행되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전달하는 내용에 대한 완벽한 인지와 반복 연습입니다. 실전 전까지는 뜨거운 불이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강의나 발표는 약속이 잡히는 그 순간부터 준비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손으로 ppt를 만드는 시간 외에도 수시로 머릿속으로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좀 더 나은 사례는 없을까, 시간 분배는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좋을까, 이날 반드시 전달해야 하는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 등 연구할 내용은 무궁무진합니다.
귀중한 기회와 표현의 장을 앞두고 계시다면, 불과 물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여 나만의 고유한 원소를 빛내보시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