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멈춰있던 시계의 배터리가 완성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이 시계는 4년 전,
남편이 미국 로스쿨 공부를 시작하는 내게 선물로 사주었던 것이다.
이 시계를 차면 아이비리그 변호사처럼 보인다는 말에 들떴던 나는,
학원을 등록하자마자 문구점에 가서 형광색연필과 볼펜과 연습장부터 잔뜩사고는 공부하는 컨셉사진만 신나게 찍다가 한 달도 안되어 환불했다.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벼 여보.
로스쿨이고 뭐고 영어가 안 들려.
그 후 전화영어도 하다 멈추고 헬스장도 양도하고 영어일기도 쓰다 말았다.
호기롭게 등록한 야나두는 장학금 주는 100일까지만 하고 일부 환급받은 뒤 발길을 끊었다.
이제 남편은 내가 뭐를 하겠다고 하면 우선 반응이 없다.
내가 말하면서도 부끄러워 말끝을 흐린다.
그런 내가 이번에 한 번 더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목표는 책을 내는 것이다!
남편은 이작가가 아니라 이자까야 아니냐고 놀렸지만
이번엔 나. 사뭇 진지하다.
주인 잘못 만나 같은 시간에만 머물렀던 시계에게
이제 1분 1초가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