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탱크 발걸음

by 이윤지

탱크 발소리는 나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진주에 있을 때 부장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윤지가 입구에서부터 들어오면 딱 알겠어.
발걸음이 얼마나 힘찬지 땡크야 땡크!"

오랜만에 만난 아나운서 언니는 말했다.
"너랑 같은 샵 다녔을 때 너 주차장에서부터 오면
우리가 윤지 왔구나 했자너. 발걸음은 여전하구나!"

짧은 다리 때문일 수도 있겠다만
어쨌든 난 걸음걸이가 힘찬 편이다.
마음은 더 빨리 가고 싶은데
발걸음이 영 못 따라온다.

힘찬 발걸음이 사회생활할 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너무 튀었던 것이다.

사무실 문을 열고 우렁차게 인사하고 다니니
누군가는 불편해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다.
조용히 집중하다가 내가 들어오면 얼마나 시끄러웠을까?

아나운서로서 품위 있게 인사하면 좋겠다는 말도 들었다.
통화할 때 "아! 네네~!!" 하지 말고
"네-" 담백하게 말해도 좋겠다고 했다.

조언을 듣고 살살 걸어보기로 했다.
정말이지 쉽지 않았다.
살금살금 걷고 있노라면 있는 힘도 빠지고
밥 세 끼는 굶은 것 같았다.

반면 좋은 점도 있었다.
걸음을 천천히 하다 보니 인사가 우아해졌다.

예전이었으면 반가운 얼굴을 마주쳤을 때
"대~~~~~박!!! 얼마만이에요!!!!!!" 했을 텐데
발소리 없이 걷다 보니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느릿하게 말을 건넬 수 있었다.
대신 지나가고 나면 못내 아쉬웠다.
'사실 난 더 반가웠는데. 문자로 한 마디 더 할까?'

누굴 보아도 90도에 가까운 인사를 하던 나는,
품위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하여
영국 여왕 사진을 떠올려 상상해보곤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난
탱크처럼 다니는 게 좋다.
좀 박력 있게 걸어야 힘이 난다.

같은 샵에 다니던 아나운서 언니를
강의하는 곳의 대표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사무실에 도착하기 5분 전
까톡! 문자가 왔다.

'온라인 강의 중. 들어올 때 인사 조심'

'헉. 내가 문 열면서부터 안녕핫!쎄여!!! 인사할 걸 우찌 알았지?'

'첫 강의부터 텐션 다 안 쏟아도 됨. 편안하게'

'컥. 나 이날 내 모든 영혼을 불싸르려 했는데 어찌 아셨지?'

역쉬 대표는 다르다.



아침 일찍 강의하러 가는 길.
오랜만에 구두를 꺼내어 신었다.
택시를 탈까 고민하다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또각또각 투각투각 걷다 보니
보도블록에 구두 굽이 두 번이나 끼었다.

낑낑거리며 빼다 보니
이게 나였지! 싶다.


계단을 뛰어 내려가며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쿵쾅쿵쾅 탱크 발걸음으로
힘차게 일터를 향해 걸어본다.


오늘은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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