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오시는 날 나의 오버는 시작된다.
갑자기 대청소를 실시하고 허겁지겁 바빠진다.
어찌나 부산스러운지 여기저기 부딪치고
문지방에 발을 찧기 일쑤다.
남편은 그럴 때마다 제발 침착하라고 한다.
지금 이대로 맞이해도 된다고 한다.
허나 그런 말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집안을 온통 화이트로 칠한 뒤에는
완벽한 미니멀리즘 인테리어를 보여주고 싶었다.
시부모님께서 오시는 날이었다.
완벽을 추구하지만 절대 미리 하는 법이 없는 나는
한두 시간 전부터 벼락치기로 집안일에 돌입했다.
화장실부터 거실, 방, 신발장까지 정신없이 닦았다.
분리수거 못한 쓰레기들은 베란다 사각지대로 옮겨 놓았다.
부엌 위 너저분한 물건들도 한데 모아 방구석 어딘가에 두었다.
나중에 찾으려면 어디 있는지 나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러다 문득 책상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아이를 보았다.
아직 내복 차림이었다.
손주를 보러 오시는 건데 예쁜 모습으로 인사드리고 싶었다.
정신없는 손놀림으로 아이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앉아서 가만히 잘 있던 아이는
갑자기 달려드는 엄마에 기겁을 했다.
배려해 줄 시간이 없었다.
이번에 산 새 옷을 입혀야 했다.
아이의 웃옷을 억지로 벗기기 시작했다.
벗기려는 엄마와 저항하는 아이가 대치하다
결국 아이는 딱딱한 책상에
쿵! 하고 코를 박고 말았다.
소리가 너무 컸다.
무서웠다.
고개를 든 아이를 보니 코가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순간 코가 부러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내 품에 안겨 크게 울기 시작했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아이를 들어 어르고 달래기 시작했다.
펑펑 우는 아이를 보며 남편은 크게 화를 내었다.
베란다 한구석에 모아둔 쓰레기를 현관 앞으로 가져왔다.
"제발 이런 것 좀 하지 마. 이거 여기에 놔 그냥.
누가 온다고만 하면 난리야!"
아무 말도 못 하고 아이를 안은 채 다리만 오르내렸다.
다행히 금세 울음을 그친 아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축 늘어져 밥상 앞에 있는데
아이가 활짝 웃으며 "엄마!" 하고 달려왔다.
미소가 커질수록 심장이 아려왔다.
코에 멍이 더 심해져 있었다.
보자마자 울음이 터져나왔다.
'미안해. 다 엄마 때문이야.'
그날 이후로 나는 억지로 잘 보이려는 태도를 반드시 고쳐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굳이 잘 보이고 싶으면 평소에 깨끗하게 해 두리라 다짐했다.
그때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며칠 전 손님이 놀러 왔다.
전보다는 평소와 비슷한 집 풍경이었지만
그날도 역시 난 바빴다.
난 정말 살림꾼과는 거리가 멀다.
으 먼지야 넌 도대체 어디서 자꾸 나오는 거냐?
혼자서 또 허둥지둥 바쁘게 다니다가
커다란 고야드 가죽 가방이
생뚱맞게 식탁에 있는 것을 보았다.
'저것부터 방구석 어딘가에 옮겨놔야겠어!'
가방을 집어 들고 거실에서 방까지의 짧은 거리를
운동장 달리듯 오버액션으로 달려가 옷장 위에
팍! 하고 올려놓았는데
퍽!
갑자기 별이 팽그르르 돌았다.
가방에 걸려있던 기다란 가죽 키링이
내가 탕 하고 내려놓은 반동에 채찍질이 되어
나의 눈과 뺨 사이 어딘가를 찰지게 내려친 것이다!
윽!
싸르르르 강력한 통증이 밀려왔다.
이건 뭐 셀프로 친 거라 원망할 대상도 없고
나에게 날아온 정신 차리란 메시지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평소에 잘하자. 제발!
#사진속고야드녀석 #청소잘하고살것같은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