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건강해야 하는 이유

by 이윤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조심스레 침을 삼켜 보았다.
그분이 오셨다.
어젯밤 부터 왠지 편도선이 따끔해서
허겁지겁 물을 많이 마셨는데
결국 부은 것이다.

목감기 약을 꺼내먹고 좀 있다 보니
코감기도 느껴진다.
근데 이거, 감기가 아니라 몸살의 결이다.

'어떡하지. 오늘 해파리랑 성게 보러가기로 했는데.'

더 자면 나을까 다시 잠을 청해보려다
남편이 일어나 따라나와 말했다.
나 지금 병원에 좀 다녀와야할 거 같아.

새벽까지 비가 내려 날씨는 우중충하고
머리는 붕 뜬 초코송이었다.

상태를 찬찬히 살펴보신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편도가 많이 부었어요. 코도 막히고요."

나는 내일 중요한 일이 있어 얼른 나아야하니
온 김에 링거도 같이 놔달라고 했다.
선생님은 차분히 이야기를 듣고 이런저런 처방을 해주셨다.

나가기 전에
"참, 오늘 아쿠아리움 가도 되나요?" 하니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쉬어야 된다고 했다.

링거를 맞으러 이동했다.
몸이 추웠다.
패딩을 벗어야 한다면서
침대의 온도를 높여주셨다.



"좀 아픕니다."

링거를 꽂고 잠이 들었다.

내가 지금 여기서 한시간이나 쉬어도 되나.
무의식이 의식의 수면 위로 올라오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남편은 언제쯤 오냐고 했다.
사진첩을 보니 만났던 지인에게 못 보내준 영상이 있어 얼른 카톡으로 보내줬다.
언제 끝나나 수액을 보니 한참 남아있기에 호출을 했다.
이거 얼마큼 더 맞아야돼요?
이번엔 수액은 거의 안남았는데 주삿바늘이 빠졌다.
침대에 앉아 간호사분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빨리 가야되는데 왜 이렇게 정신이 없는거야.




"거의 안 남아서 조금 속도 빠르게 넣어드리고 마칠게요. 피곤하면 더 주무실래요?"

"아니요. 바로 가야돼요. 아이가 기다려요."

따끔. 주삿바늘을 빼고 휴대폰을 보니
한 시간 전에 남편의 답장이 와 있었다.
'푹 자고 와..ㅠ'




꿈이었구나.
너무 피곤했다. 5분 더 눕기로 했다.
벌떡 일어나서 보니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안녕히계세요!"

문을 열고 나와보니
새가 지저귀는 밝은 아침이다.

약국에서 처방전을 기다리며 생각했다.



'나를 다그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약을 기다리는데 핑크퐁 비타민이 보여
같이 계산해달라고 했다.
침을 삼켜보니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택시를 타려고 손을 뻗었는데
한 사람이 내 앞으로 뛰어나와 먼저 타버렸다.

자유시간이 늘어났네.
핑크퐁 비타민 하나를 뜯어 먹었다.
네가 이 맛에 먹는구나.


집에 와보니 올드팝이 흘러나오고
남편은 아이 옆에 앉아 돈까스를 먹여주고 있었다.

"엄마! 엄마! 동까스!"

온 얼굴에 음식을 묻힌채로
반갑게 나를 맞아주는 아이를 보니
목구멍이 뜨거워졌다.


아이는 지금 당장 해파리 성게를 보러가는 것 보다
나랑 같이 동까스를 먹는 이 시간이 좋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그래서 건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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