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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보면 척 이라고요?

(첫인상의 중요성 - 1. 자세)

by 이윤지

아나운서 준비생이었을 때 자주 들었던 말이자

이제는 내가 강의를 할 때 꼭 해주는 말이 있다.

“면접관들은 지원자가 들어오는 순간 어느 정도 합격 당락을 결정합니다.”

이게 무슨 말인.
면접관들이 신이라도 된단 말인가?
대화를 해보지도 않고 합격 여부를 알 수 있다니
거 너무들 하는 거 아니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척 황당했다.
아직 시험을 보지도 않았는데 억울한 마음부터 올라왔다.

‘목소리를 들어보지도 않고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고?
성형 수술을 하라는 의미인가?’

언뜻 과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10년 이상 방송과 강의를 하다 보니 꽤나 맞는 말이다.
달리 말하자면 첫인상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인데
잘 생각해보면 비단 면접 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첫인상으로 무수히 많은 판단을 내리고 있다.

대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는 주로 소개팅을 예로 들어준다.
처음엔 억울한 표정을 짓던 학생들도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맞아! 하며 박장대소한다.

다음의 예는 한 대학생을 상상하며 가정해본 스토리다.
단언컨대 말로 내 이야기는 아니다.

‘신촌역 맥도널드 앞에서 6시에 만나요.’

약속 장소에 도착하기 30초 전
언뜻 보니 또래 남성들이 여러 명 서 있다.

그나저나 도착하면 전화를 하라고 했는데,
통화 버튼을 누르기 전부터 이상하게 사심이 담긴다.

‘왠지 저 사람이 받았으면 좋겠다.’
‘혹시 옆의 분은... 아니시겠지?’

앗! 그런데 후자의 사람이 전화를 받는다.
그래그래. 하지만 괜찮다. 아직 대화도 안 해봤는 걸!
그녀는 마음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분들이 내면의 아름다움을 1순위로 여기실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수강생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이 포인트에서 책상을 치며 웃곤 한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왜 우리는 마음의 대화를 나눠보지도 않고
상대방의 첫인상으로 1차 판단을 시작하느냐 말이다.

메러비안의 법칙 등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뒷받침하고 있듯이
우리는 첫인상으로 많은 것들을 판단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을 할 때 메인 페이지를 보고 클릭할지 말지를 순식간에 결정하고
상품을 구매할 때 판매자의 첫인상에 따라 지갑이 열리기도, 닫히기도 한다.
아이의 교육기관을 정할 때 대표자의 첫인상만으로
앞으로 펼쳐질 아이의 미래까지 상상해버리곤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했을 때 이 첫 대면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자세’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올바른 자세는 좋은 인상을 주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외모의 사람도 자세가 비뚤어져 있으면 어딘지 모르게 멋이 덜 하다.

방송국에서 근무할 때
후임 아나운서의 카메라 테스트 평가 현장에 잠시 함께한 적이 있었다.
카메라 영상이 가득한 TV 조정실에서
면접관분들이 화면을 보며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동안 나는 헤어나 메이크업, 의상 스타일 등이
카메라 테스트의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자세’가 무척 중요했다.

놀랐던 점은 자세가 반듯한 사람을 찾는 것이 의외로 렵다는 것이었다.
TV 화면에서는 어깨가 조금만 비뚤어지거나 입꼬리가 한쪽만 살짝 올라가도
비대칭의 정도가 실제보다 더 과하게 보여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시청자 입장에서 거슬림이 없이 편안하게 보려면
아나운서의 자세는 생각보다 더욱 가지런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 대칭이 완벽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렇다 보니 수많은 카메라 테스트 지원자들 중에서
‘와! 이 사람 뛰어나다!’ 싶은 A를 찾는 것보다
자세가 덜 반듯한 not A를 걸러내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면서
다행히 나는 내가 비대칭으로 보인다는 것을 달았었다.
화면 속 모습이 뭔가 폼나지 않는다고 느졌는데
유심히 살펴보니 자세가 어딘지 모르게 엉거주춤했다.

게다가 화면 속에서 나의 왼쪽 어깨는 항상 오른쪽보다 올라가 있었다.
커다란 가방을 항상 왼쪽 어깨에 메어 들고 다녔는데
가방을 힘껏 들기 위해 나도 모르게 그쪽의 어깨를 높이 하고 다녔던 것이다.
실제 눈으로 보았을 때는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화면 속에서는 베니스 상인에 나오는 기울어진 저울 같았다.

이를 고치기 위해 내가 했던 방법은,
집에 있는 전신 거울 앞에서 눈을 감고
지금 카메라 테스트를 한다고 생각하며 최종의 자세를 잡은 뒤
하나, 둘, 셋! 눈을 뜨고 거울을 보는 것이었다.

눈을 감고 자세를 잡았던 이유는
카메라 테스트를 할 때는 내 앞에 거울이 없기 때문이었다.
눈을 감고 내가 가장 바른 자세라고 생각하는 모습을 한 뒤 눈을 뜨면
바로 그 상태가 시험장에서 내가 면접관을 마주하는 자세였다.

처음에 몇 번은 거울을 볼 때마다 계속 왼쪽 어깨가 올라가 있었다.
내린다고 내렸는데도 평소에 하도 올리고 다니다 보니 웬만큼 내려서는 수평이 맞지 않았다.

그래서 전략을 바꿨다.
눈을 감고 내가 느끼기에 바르다고 생각하는 자세를 편하게 잡은 뒤
그 상태에서 왼쪽 어깨를 확! 하고 내려보았다.
그다음에 눈을 뜨니 그때부터 수평의 어깨가 되어있었다.

그때부터 시험을 보러 갈 때면 내가 생각하는 바른 자세에서
항상 왼쪽 어깨를 조금 내린 뒤에 인사를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갈수록 자신있게 접에 임할 수 있었다.
지금 내 자세가 어떻게 보이는지 수십 번이 넘도록 거울을 보며 연습했기 때문이다.

또 매일 헬스장에 가서 자세를 점검했다.
헬스장이나 운동을 배우는 장소에 가면 전면 거울이 있다.
이 거울은 올바른 자세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가장 자주 살펴보았던 것은 차렷 자세를 했을 때의 옆모습이었다.
거울을 기준으로 몸을 옆으로 돌려 서면 나의 자세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처음 헬스장에서 나의 옆모습을 보았을 때
딱 보아도 TV에서 보는 아나운서의 자세는 아니었다.
어깨가 완전히 펴지지 않아 자신감이 덜해 보였고
나도 모르게 등이 굽어져 그렇잖아도 크지 않은 키가 더 작아 보였다.

그때부터 여러 헬스 기계로 운동을 하며 자세를 잡아갔다.
헬스장 관계자는 혹시 체대생이냐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그렇게 매일 운동을 하다 보니 확실히 처음보다는
허리도 곧아지고 어깨도 당당하게 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자세가 바라지니 자신감도 생기고 왠지 머리도 맑아지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올바른 자세를 만드는 데는 운동 만한 것이 없다.
헬스뿐만 아니라 필라테스, 요가, 달리기 등도 곧은 자세를 만들어주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때의 노력은 비단 방송을 할 때뿐만 아니라
평상시 사람을 만날 때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적어도 내 모습이 지금 어떻게 비추어지는지 스스로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분들께 권해드리고 싶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면접장으로 가보자.
어찌하여 우리는 지원자가 들어올 때부터 저 사람이 준비된 자인가를 알 수 있을까?

당장 방송에 투입되고 내일 바로 회사에 출근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은
걸음걸이가 힘차고 자세가 반듯하며 자연히 바라보는 시선도 안정되어 있다.
곧은 자세는 자기 관리를 잘했다는 의미이고
본인의 자세를 돌아보며 관리해온 사람은

건강하고 항상 깨어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울적하고 힘이 없는 날은 곧은 자세로 있기가 참 힘들다.
책상에 팔을 괴거나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 휴대폰만 만지작 거린다.
허리를 반듯하게 세울 에너지가 도무지 나오지 않는다.

그런 날엔 반대로 자세를 반듯하게 해 본다.
내 앞에 상상의 카메라를 켜고 어깨와 허리를 곧게 펴본다.
그러면 서서히 이부자리라도 정리해야지 하는 마음이 생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되도록이면 밝고 긍정적인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
게다가 방송을 보는 시청자라면 더더욱
어깨가 축 처지고 힘이 없는 아나운서보다는
당당하고 균형 잡힌 자세의 아나운서가 나왔을 때 채널을 고정할 것이다.

아나운서를 준비하거나 면접을 앞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자세를 점검해볼 것을 추천드리고 싶다.

자세를 교정해가는 과정을 통해
하루하루 나의 마음가짐도 달라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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