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쿵! 하는 너의 한마디

오늘은 무슨 말을 들려줄까 매일 기대하게 돼 :)

by 이윤지

이든아, 엄마는 요즘 너를 바라볼 때마다 심장이 뛴단다.

세돌이 다가오면서 부쩍 성장한 네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어느새 말이 이렇게 늘어 매번 깜짝 놀라키는 덕분에

'오늘은 무슨 말을 할까?' 매일 기대하게 돼.


지난달 부산에 갔을 때 엄마와 잠시 두 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 만난 적이 있었지?

할아버지와 내내 엄마를 기다린 이든이에겐 참 기다렸을 순간이었을텐데

엄만 마침 그 중요한 때 급히 처리해야 할 업무가 생겨 휴대폰을 보느라 바빴지.

엉거주춤 "이든아! 할아버지랑 잘 있었어?" 하고는

좀 더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문자만 쓰고 있던 것 같아.

그때 엄마에게 달려와 초롱초롱 눈을 맞추며 건네준 한마디가 아직도 들려오는 듯 하단다.


"엄마, 보고 싶었어요."


보고...싶었다고? 엄마는 정말이지 너무도 깜짝 놀라 세상이 멈춘 것만 같았단다!

"오잉? 뭐라고? 이든아? 너 그런 말도 할 줄 알아? 보고 싶었다고?"


"응. 이든이가 엄마 보고시퍼쒀."


아. 우리 이든이가 보고 싶은 감정도 알고 그런 말도 할 줄 아는구나!

그제야 엄마는 너를 번쩍 들어 안고는 일이고 뭐고 한참을 안고 업고 그렇게 다녔더랬지.


이든이가 나를 보고 싶어 했구나.

우리 아이가 나와 떨어져 있을 때 엄마를 보고 싶어 하는구나.

이 당연한 사실을 엄만 미처 생각못하고 있었는데 드니가 엄마에게 목소리로 또박또박 들려준 덕분에

엄마가 정말로 중요한 걸 알게 되었어.. 정말 고마워.


참, 그리고 엄마가 최근에 계속 맴도는 말이 있는데 그게 뭔 줄 아니?


요즘 네가 종종 한 번씩 하는 행동이 있는데 바로 거울을 물끄러미 보는 거란다.

엄마가 두달전쯤 이든이 키높이에 달려있던 거울을 다른 곳으로 치우는 바람에

요새는 엄마 아빠가 보는 커다란 손거울을 들고는 얼굴을 관찰하곤 하지요?

그런데 그제는 말이야. 이든이가 거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런 말을 했단다.


"엄마, 이든이가 이 거울 속에 들어가 볼 수 있을까?"


화장실 변기에 앉아있던 엄마는 그때 심장이 쿵! 하고 멎는 줄 알았단다(으.. 이 중요한 순간에 볼일이라니!)

'내가 지금 잘 못 들은 건가? 내가 이 거울 속에 들어가 볼 수 있을까 라니! 아아.'


그때 엄마가 좀 더 멋진 대답을 해줬어야 했는데.

"에이 거울 속엔 못 들어가지. 이든이가 거울 속으로 들어가 버리면 엄마가 이든이 못 만나면 어떡해"

재미도 감동도 없고 감수성도 메마른 듯한 말로 이든이의 반짝이는 한마디에 호응을 잘 못해준 것 같아 아직도 아쉬운 마음이 든단다. (아무래도 변기에 앉아있던게 원인이었어 흑)


앞으로 엄마는 종종 너에게 이렇게 편지를 쓰려고 해.

든이가 글을 읽을 수 있게 되고 좀 더 성숙해지면 이 글들을 볼 수 있겠지?

엄만 대중 앞에선 멋있는 척 말도 잘하곤 하는데

가족들한텐 이런 말을 잘 못한단다.

어릴 적엔 이든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 편지를 열심히 써놓고는 쑥스러워서 전달하지도 못했어.

혼자서 뒤에서 슬퍼하기만 하고.

그런데 오히려 이런 오픈된 공간에서는 또 글이 써지니, 이런 걸 진정 관종이라 하나 봐. (이 단어 뜻은 나중에 엄마가 알려줄게!ㅋㅋ)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가끔씩 이든이의 엉뚱한 한마디에 빵빵 터지며 활력이 되신다던데

엄마 아빠도 매일매일 너의 한마디가 큰 화제이고 기쁨이란다.


앞으로 우리 재미난 이야기 많이 나눠보자!

고맙고 사랑해.


-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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