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보내는 두 번째 편지

삶이 유한하다는 축복에 감사해

by 이윤지

어느새 세돌 생일을 맞은 지 열흘이 흘렀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해 드니야.

아빠는 도대체 아이 케이크를 몇 번이냐 해야 하는 거냐고 했지만ㅎㅎ

그만큼 축하해주는 분들이 많다는 뜻이기에 그저 감사하는 마음뿐이었단다.

생일 후 바로 추석이 다가와 조이(조카딸 태명)와 나들이를 다녀왔었는데 혹시 기억나니?

엄마 품 안에서 잠만 자던 너희가 언제 이리 커서 함께 손도 잡고 걸어 다니는지,

서로 종알종알 대화하며 손잡고 걷는 너희의 존재만으로도 어른들에겐 사랑이고 행복이었단다.

양에게 먹이도 주고 함께 공작새도 보고, 토끼도 만져보고 넓은 풀밭도 거닐고.

너의 첫 번째 새로운 경험을 마주할 때마다 엄마도 어린아이가 된 듯 가슴이 고 설레어.


이날 사진을 예쁘게 담아 가족들에게 전해드리면서 반응이 참 좋았는데,

할머니께서는 언제나 그러셨듯 행복해하시는 동시에 눈시울을 붉히셨단다.

너희의 모습이 너무나 예쁘다고 말이야.

왜 할머니께서는 이렇게 사랑스러운 너희들을 보시면서 눈가가 촉촉해지시는 걸까?


그런데 실은 엄마도 마찬가지란다.


드니가 돌이 되기 전 엄마가 할머니 댁에서 함께 살던 시절에 우리가 매일 듣던 왈츠 노래가 있었단다. 너도 참 좋아해서 할머니와 셋이 자주 유튜브로 공연을 보곤 했지.


어느 날 그 곡을 듣던 나는 문득 너를 안고 노래에 맞추어 신나게 춤을 었단다.

춤도 잘 못 추는 엄마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는데, 너와 빙글빙글 돌면서 어찌나 행복하던지 거실이 마치 진짜 대가 된 듯 했어.

이든이도 웃고 할머니도 웃고 그 모습에 엄마는 더욱 흥이 나서 쿵짝짝 쿵짝짝 리듬을 맞추었지.

마침 할머니께서 그 모습을 휴대폰으로 담아주셨는데, 노래가 끝난 뒤 영상을 함께 보자마자 이런 말씀을 건네셨어.


“나중에 세월이 많이 흐른 뒤 이든이가 아기 때 엄마랑 춤추었던 영상을 보면 찡 하겠다.”

하고 말이야.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비슷한 뉘앙스의 말씀이셨는데, 갑자기 나는 그 순간 펑펑 울고 말았단다.

너무 생뚱맞지? 그 말씀이 슬픈 이야기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우리가 함께 춤을 춘 그 시간이 너무도 행복했던 만큼 가슴이 아려왔던 것 같아.

다행히 엄마의 마음을 이해해주시듯 할머니도 곁에서 함께 눈시울을 붉히셨단다.

물론 너희 아빤 나중에 엄마가 영상을 보며 울었다는 말을 듣고는 그것이 알고 싶다 수준으로 의구심을 보였지.ㅎㅎ

실은 엄마도 궁금했어. 이렇게 행복한 영상을 보면서 마음이 왜 아련했는가 하고 말이야.

우리말에는 참 독특한 표현이 있단다.

무척이나 아름답고 행복할 때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하고

‘죽을 만큼’ 행복하다고 하거든.


아니, 매우 몹시 많이 아름다운데 하필이면 왜 눈이 '부서지도록' 아름다우며

많이 최고로 짱 행복한데 왜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죽을 만큼' 행복한 걸까?

엄만 이 아이러니한 표현의 이유가 궁금했단다.

그런데 요즘 들어 아주 조금은 알 것 아.


어쩌면,

지나간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유한하기에.


너무나 행복했던 그때를 바라보면 눈시울이 붉어지는 게 아까..?

그래서 말이지!

엄마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단다.

이제 엄마는 예쁜 순간을 맞이할 때

이 시간이 과거가 되어버림에 아련해하기보다는

소중한 매 순간을 더욱 감사하며 힘껏 더 행복해하기로! 이야.


그리고 이는,

마치 네가 살아가는 모습과도 같단다^^

드니처럼 어린 친구들은 그야말로 주어지는 순간 순간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든.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행복하면 행복하다!! 그 어떤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이 시간이 흘러감에 아쉬워하기보다는 주어지는 그 순간마다 힘껏 기뻐하는데, 너희들의 그 모습들이 참으로 름답단다. 더 많이 웃게 해주고 싶고 말이야 :)


지난주에 엄마랑 빵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네가 들려준 말이 생각 다.

길가에 무궁화가 피어있길래 “이든아 무궁화다!” 하고 번쩍 안아서 보여주니 한참을 바라본 뒤에 엄마에게 이렇게 말해주었어.


“무궁화 참 예쁘다 엄마”


예쁜 무궁화를 보고 그저 무궁화가 예쁘다고 말해준 건데, 엄만 그 순간 잠시 세상이 정지된 듯했단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든.

사실 나는 집으로 향하는 다음 여정만 각하느라 괜스레 마음이 바쁘기도 했지.

드니 덕분에 무궁화가 예쁜 꽃이었구나 하고 중한 사실을 알게 되었단다.



너를 만나고 아침이 밝아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도 알게 되었어.

네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아침' 이거든.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벌떡 일어나 "아침이다! 엄마 아침이야!" 하며 기뻐하는 너를 보면 문득 하루가 시작된다는 것이 마나 감사한 일인지. 오늘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그 자체가 덕분에 참 행복.

그러고 보면 이 세상에서의 삶이 유한하다는 건 하나님께서 주신 커다란 축복 아닐까 싶다.

육신이 함께하는 이 시간이 유한하기에 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더없이 낮아지니 말이야.

그러니 이 한 번뿐인 순간순간 오늘에 집중하며 너와 눈을 마주치고 오롯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번 더 다짐해본다. 원래 행동으로 잘하는 엄마들은 이런 편지 안 써도 되는데 엄만 이런 공표(!)가 좀 필요지라 한 번 더 끼적여본다.^^

참, 그리고 엄마를 사랑해주는 만큼 아빠도 많이 사랑해주길 바란다 드니야ㅎㅎ

아빠는 범인 괴물이 아니구 소중한 가족이니까는..^^

좀 더 크면 아빠랑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날이 오겠지? :)



우얏든 요즘 들어 엄마를 더 많이 사랑해줘서 고마워 든이야. 그런 만큼 엄마도 이런저런 생각 말고 이 순간들을 즐겨야겠다.

사람들이 그러는데 이렇게 껌딱지로 좋아해 주는 것도 때가 있다더라구.

고맙고 사랑한다. ^^

- 엄마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심쿵! 하는 너의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