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습관만들기.
시작이 반이다.
시작을 하기까지 너무 망설였다. 그러고보면 내 인생의 대부분은 시작도 전에 망설여져 늘 고민하고 주저하다 주저 앉아버리곤 했다. 늘 머리속에 생각만 많고, 추상적으로만 그려가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로 뜬구름 잡다가 흐지부지되곤 했다. 정리한다고 하지만 그건 핑계였다.
나를 가장 잘 알고, 이해해주고 늘 지지해주는 친구들은 나에게 항상 이렇게 말했다.
"생각만 하지말고, 제발 좀 해!"
그 친구들 중에 한 명은 내 동생인데 명절에 차를 타고 가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회사이야기, 삶에 대한 이야기, 내 꿈이나 소소한 생각들. 그러자 동생은 "누나, 이거 봐봐." 하면서 어떤 동영상 하나를 보여줬다. 셜록으로 잘 알려진 베네딕트 컴버배치(셜록, 나도 참 좋아한다.)가 강연을 하는 것 같은 동영상이었는데, 사실 강연이라기보다는 연기를 하는 것 같이 느껴지는 동영상이었다. 그 동영상에 주된 포인트는 '제발 좀 해, 그냥 좀 해'였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찾아보니 동영상은 Letters Live에서 Sol LeWitt가 Eva Hesse에게 쓴 편지의 일부를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그 톤을 담아 읽은 것이었다.
에바 헤세(Eva Hesse)는 조각가였는데 그녀의 어린 시절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1936년생, 유대인. 2살 때 나치를 피해 언니와 함께 네덜란드로 가는 어린이용 유대인 기차를 타고 영국으로 피신해 부모님을 만나 뉴욕으로 피신했다. 우울증에 걸린 엄마는 자살하고, 아버지마저 돌아가셨다. 결혼을 한지 4년만에 이혼했다. 그런 일의 연속으로 우울증이 생기기도 했다. 그 당시 뉴욕 뮤지엄엔 성차별주의가 만연했고 그녀는 그런 환경 속에서 보이지 않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 했다. 그때 그녀를 지켜본 동료 예술가 솔 르윗(Sol LeWitt)이 쓴 편지가 그 동영상의 내용이다. 그녀는 이 편지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며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들며 포스트모던, 포스트미니멀리스트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이른 나이, 서른 넷에 뇌종양으로 사망한다.
그런 그녀에게 솔 르윗이 쓴 편지.
Dear Eva
Just stop thinking, worrying, looking over your shoulder, wondering doubting, fearing, hurting, hoping for some easy way out, struggling, grasping, confusing, itching, stratching, mumbling, bumbling, grumbling, humbling, stumbling, rumbling, rambling, gambling, tumbling, scumbling, scrambling, hitching, hatching, bitching, moaning, groaning, honing, boning, horse shitting, hair splitting, nit picking, piss trickling, now sticking assgouging, eyeball poking, finger pointing, alleyway sneaking, long waiting, small stepping, evil eyeing, back scratching, searching, perching, besmirching, grinding, grinding, grinding, grinding away at your self. Stop it and just do!
망연자실한 그녀에게 솔 르윗이 하고 싶었던 말.
늘 생각만 많은 나에게 동생이 하고 싶은 말은 '누나, 시끄럽고 그냥 닥치고 좀 해봐.'였다. 근데 그렇게 말하면 싸울 거 같으니 이 동영상을 보여준 동생의 마음을 생각해보니 울컥한다.
늘 생각이 많은 나와 달리 하고 싶은게 생기면 덤벼드는 내 대학동기는 늘 이런 말을 달고 살았다.
"일단 해보는 거지. 닥치면 다 해."하며 자신감에 넘치던 친구를 보면 나는 늘 웃으며 "넌 뭐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냐."라고 했었다. 그런데 취업을 하고 나니 내가 하는 말이 "닥치면 다 해"였다. 프로젝트가 거지같아도, 양이 많아도 일단 닥치면 다 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할 수 밖에 없긴 했지만. 그렇게 직장생활한지가 5년정도 되니 인생에 대해서도 다른 관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침 잠이 많았던 학생때는 그 시간이 되도 눈이 안 떠지는게 일상이었다. 직장인이 되고 보니 출근시간이 되면 아무리 고단해도, 아무리 회사가 가기 싫은 날이어도 눈이 떠진다. 심지어 주말에도. 이건 습관의 문제였다. 닥치고 그냥 하기 위해서, 올해의 목표는 좋은 습관을 많이 만들기.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3월이니까 올해의 목표를 시작하기엔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시작이 반이기에 이렇게 글을 쓴다.
- 매주 하나의 글을 브런치에 올리기.
- Big Voca로 영어 단어 외우기.
- 지금하고 있는 구몬한자와 Tella영어 미루지 않고 하기.
- 새벽운동하기.
Eva Hesse 관련자료.
http://www.nyculturebeat.com/index.php?document_srl=3454464&mid=Art에서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