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빠의 전화.

by Sweetslow

금요일 점심.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날짜가 날짜인지라 어떤 이유인지 알 것 같았다. 전화를 받았다.

아빠는 점심을 먹었냐며 말문을 열었다. 점심을 먹었다고 답했다.


아빠의 용건은 월요일에 돈을 넣어도 되는지에 관한 것. 그래도 된다고 말하고 별일 없는지 물었더니 아빠는 어디다 털어놓을 데가 없었는지 자신의 넋두리를 나에게 했다.

"별일은 없지. 뭐 늘 돈이 문제지. 그것만 아니면 아무 문제 없는데, 돈을 더 벌고 싶지도 않은데 그동안 쓴 게 문제네. 집을 사지 말아야 했어."라며. 가슴이 답답했다.


어떻게 말할지 몰라 "어쩌겠어. 이미 그렇게 된 걸. 잘 해결해봐야지."라고 넘겼다. 그러자 아빠는 무안했는지 화제를 돌려 언제 오냐며 물었다. "아빠가 엄마랑 올라갈까? 엄마는 가서 하루밤 자고 오려고 숙소를 찾아보고 난리야."라며 웃었다. 나는 "그래? 맘대로 해. 일단 알겠어. 결정되면 알려줘."라고 말했더니 아빠는 다시 머쓱해하며 "끊으라는 거구만. 알겠어. 얼른 쉬어."하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먹먹했다. 답답했다.

돈문제에서는 걱정만 하는 아빠의 태도와 아빠의 넋두리가 합세해 나를 답답하게 했다. 그 한마디에 피곤해져 그만 입을 닫고 말았다. 끊고나면 밀려오는 후회.


한편으로는 너무 짜증스럽지만 그런 아빠가 안쓰럽다. '그런 전화를 딸에게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전화를 받는 나는 늘 왜 그렇게 툴툴거리는지. '그러지 말아야지. 좀 더 살가워야지.' 다짐을 해도 전화를 받는 나는 늘 그렇다. 사실 뭐 이런 대화의 내용이 아니더라도, 원래 내가 살가운 성격이 아니더라도, 전화를 받는 나는 이상할 정도로 어색하다. 그 누구와 대화를 해도 전화는 너무 어색해서 전화를 하는 나를 아직도 적응하지 못하겠다. 아마 내가 가장 친절하게 받는 전화, 가장 어색하지 않은 전화는 업무상으로 하는 용건이 매우 명확한 전화 뿐이다.


아빠,엄마가 내가 업무상 통화하는 모습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아빠의 전화 한 통의 여운이 참 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