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

by Sweetslow

대부분의 사람들이 퇴근한 사무실에 앉아 남은 일을 마무리한다.

집계가 돌아가기 전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인터넷을 켰다. 그리고 네이버에서 끄적이다 오랜만에 그 녀석이 생각났다. 그 녀석은 내가 참 좋아했던 동생인데, 회사를 다니며 막 적응하기 시작했을 무렵 동생에게서 그 녀석의 소식이 들려왔다. "누나, 그 녀석이 등단했대."


그렇다. 그 녀석은 글을 쓰는 아이였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그 녀석은 '시론'이라는 전공책을 꺼내놓고 사람들과 이야기 중이었다. 나는 책을 펼쳐보았다. 알 수 없는 이야기가 가득한 책. 나는 재능을 가진 사람을 참으로 부러워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왜 나는 재능이 없을까 한탄까지 하지는 않지만 늘 재능 있는 이들이 부러웠다. 그리고 그 녀석은 그런 녀석이었다.


오랜 시간 본 그 녀석은 가족과 같은 아이 었다. 서로에게 좋은 말을 하기 참으로 멋쩍은 관계. 그렇지만 나는 늘 그 녀석의 색깔을 참 좋아했다. 하지만 내 입은 "이런 걸 공부하다니. 재미없겠다. 재미없어."라고 내뱉었다. 그 녀석은 멋쩍게 웃으며 "재밌는데.."라고 했다. 그 일이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건 너무 미안하고, 멋있다는 말을 할 줄 몰랐던 지난날 나 때문이다. 사실은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는데.

"너 정말 대단하구나. 부럽다. 멋지다."라고 말을 하지 못한 게 그 말을 마치자마자 아쉬웠다. 그 녀석에게 그 말을 하지 못해 두고두고 아쉽고 미안한 마음에 편지를 썼다. 이제 편지의 내용조차 기억은 안 나지만, 빈 노트와 함께 너의 세계를 그려가라고 했다.


그 생각이 잠시 머물러 그 녀석의 이름 석자를 네이버에 쳤다. 예전에 몇 번 쳤을 때보다 그 녀석의 시와 사진들, 관련 게시물이 늘어났다. 그 녀석의 시를 읽었다. 참으로 그 녀석스러웠다. 그 녀석이 울던 어떤 날 모습이 생각난다. 맑게 웃던 그 녀석의 얼굴이 스친다.


늘 잘 살고 있기를. 자신의 것들을 잘 그려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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