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by Sweetslow

지금까지 내 인생을 학창 시절, 대학생, 직장인으로 나누면 학창 시절의 나는 그런 아이였다.


책상에 앉아 딴생각하는 아이.

성적도 그냥저냥. 성격도 그냥저냥. 그저 무리 속에 한 명으로 충실히 살았다. 어떤 사람이 아닌, 어떤 무리 속에 나였다.


대학 신입생 이후로 나는 한 학기를 빼면 참 혼자인 시간이 많았다.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듯 무리를 형성하고 서로 친해지려 노력하는 그 시기를 제외하고 나는 혼자이거나 소수의 친구들과만 어울렸다. 우리 학과는 군기 문화였고, 당시 낯도 심하게 가리는데다 술을 즐기지 않았던 나는 학과 생활에 적응하는 게 버거웠다. 혼자 도서관에 가 영화를 보거나 책을 뒤적이거나 설계를 한답시고 수첩에 많이 끄적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대학생활은 참 소중하다. 오롯이 나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많은 유일한 시기였으니까. 나는 그 시간들을 참 즐겼다. 그 습성은 아직도 여전히 남아있다.


시간이 흘러 졸업반이 되고, 취업을 했다. 처음 1년은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흘러갔다. 그리고 2,3년. 이직을 하고 난 지금. 혼자지만, 혼자인 적이 없다. 사무실은 누구나와 함께지만, 누구도 나와 함께 해주지 않는다. 사람들의 시선을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시선들은 많은 의미를 쏟아내며 지나간다.

많은 의미들이 담긴 시선을 피해 오롯이 혼자이고 싶을 때 찾는 곳은 화장실이다.


화장실은 생리적인 욕구를 배설하기 위한 공간이다. 누구도 나의 생리적인 욕구를 대신 배설할 수 없다. 하지만 직장에서의 화장실은 생리적인 욕구만 배설되지 않는다. 회사에서 나의 온갖 감정을 배설하는 공간이다. 상사한테서 혼났을 때, 말도 안 되는 일양을 주며 지금 당장 하라고 하는 회사나 거래처의 전화를 받고 나서, 타인으로 인해 내가 피해를 볼 때에 밀려오는 분노와 울음을 피할 곳. 감정을 드러내면 나약하거나 바보처럼 여겨지는 탓에 그런 감정을 다스릴 곳은 찰나의 화장실뿐이다. 배설되어야만 하는 것들의 공간. 아무도 들어올 수 없고, 오로지 나만의 공간이 되어주는 화장실에 위로를 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친한 동료나 존경하는 상사의 토닥임을 받기 전에 나에게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어주는 장소. 화장실.


화장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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