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제한적인 경험과 기억에 묶일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 우리가 제한된 틀을 깨고 세상의 다른 모습을 바라보려면 지금까지 알던 것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또는 같은 세상을 다른 방향에서도 바라보는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그래서 작가 채사장은 내면의 틀 또는 한계에 부딪힌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지식과 사상에 도전하라고 권한다.
지식은 어떻게 얻어지는 걸까? “별 모양의 지식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별 모양의 지식이 담긴 책을 읽으면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방법으로는 별이라는 지식을 얻을 수 없어요. 다른 책을 펴야 해요. 삼각형이 그려진 책, 사각형이 그려진 책, 원이 그려진 책. 이런 책들을 다양하게 읽었을 때 삼각형과 사각형과 원이 내 머릿속으로 들어와 비로소 별을 만드는 것입니다.”
쇼펜하우어의 말이 떠올랐다. 지구에 있는 우리는 영원히 달의 한쪽 면밖에 볼 수 없다. 달의 옆과 위, 아래, 뒷면을 보려면 다른 방향으로 가 보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인식 능력의 한계로 한 번에 지식의 한쪽 면밖에 보지 못한다. 측면과 후면을 보기 위해서는 다른 방향으로도 보아야 한다. 어떤 진리는 인간이 측면이나 후면을 아는 것을 허용조차 하지 않는다. 우리는 대상의 본질을 알기 위해 다양한 방향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해야 한다.
그대의 말 속에 얼마나 공감받고 싶은 욕구가 숨어 있는지 바라볼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책.
누구나 존중하고 존중받고, 연민하고 연민받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을 원한다. 말 속에 자연스럽게 그런 태도를 녹여내는 것이 비폭력 대화의 목표다. 잘 안 되지만 연습하다 보면 흉내는 낼 수 있을 테지. 자주 외국어를 하는 것처럼 머뭇거리게 되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좋다. 말을 멈추고 상대방이 정말로 무엇을 원하길래 저런 감정을 표출할까 곰곰이 생각하면 연민의 감정이 맑은 물처럼 어지러운 마음을 씻어준다. 그리고 그동안 그 맑은 물을 거절하려 애쓰던 내가 기억나서 스스로를 토닥여준다. 우리의 편향된 생각의 구조는 일단 부정적 감정이 일어나면 내 부정적 상태를 합리화하기 위해 모든 논리를 동원하게 되어있다. 비폭력 대화를 실천하는 그 자체가 부정적 감정이 나를 지배하기 전에 내 몸을 습관적으로 한 박자 쉬도록 해 주는듯하다.
채사장은 이렇게 하는 것을 권하지 않았지만 3월에 그의 책을 몰아 읽게 되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의 지혜로움이 부러웠고 엄청난 독서량이 감탄스러웠다. 나도 1년에 100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는 개인적 목표를 3년째 진행하고 있다. 낯선 분야의 책과 씨름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책도 억지로 읽기도 한다. 문학, 철학, 물리학, 뇌과학, 심리학 교양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는다. 여러 분야의 개론을 어느 정도 익히면 조금씩 깊이 들어가는 계획이다. 채사장의 책은 이런 계획을 응원한다. 부지런히 다양한 분야를 읽다 보면 별과 같이 빛나는 지혜가 조각될 것이라며. 지대넓얕 시리즈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오리엔테이션이다. 교육시스템상 특정 분야의 지적 편식이 있을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훌륭한 자극이다.
헤르만 헤세의 운문적 에세이. 이 책을 읽기 전에 싯다르타를 먼저 읽기를 권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헤세는 예술가이고 시인이며 소설가이고 철학자이지만 그 전에 구도자다. “지식은 말로 전달할 수 있지만 지혜는 말로 전달할 수 없다.” 헤세의 심오한 사상을 깨닫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