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 본능에도 진리를 추구할 수 있을까

by 마니피캇

1. 편향 본능

우리는 직접 보고 듣고 느껴서 받아들인 정보들은 객관적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현대 신경과학의 발견에 따르면 어떤 사람도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그대로를 인식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기존 '감정'을 기준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합니다. 뇌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저장하지 않고 반드시 '해석하여' 저장합니다. 매 순간 우리 뇌에서는 정보에 대한 감정적 편향이 생기고 그에 따른 주관적 분석을 첨가합니다. 그래서 똑같은 현상이나 존재를 보고도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완전히 반대의 기분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요. 우리 뇌에 기록된 모든 정보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 아닙니다. 카이스트 뇌과학자 김대수 교수는 엄밀히 말해 우리가 안다는 것은 진짜 아는 것이 아니라 '아는 느낌'에 가깝다고 하였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타인은 진짜 그가 아니라 내 생각 속에서 규정하고 분류한 마음속 캐릭터입니다. 정말로 사람들은 타인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에게는 타인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인식은 다른 사람들과 서로 비교하고 교환하고 존중해야만 진실에 가까워지는 일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진실과 감정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실에 가까워지는 일이 우리 마음에 중요한가?' 진실을 알게 되면 우리 태도가 바뀔 것 같지만, 사실 진실에 도달하여도 그에 대한 각자의 감정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예로, 내가 싫어하는 정치인이 뜻밖에 괜찮은 면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전반적인 감정이 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괜찮은 면모 조차도 거짓된 모습이라고 단정 짓거나 소 뒷걸음질 치다가 얻어걸린 결과라고 치부해 버립니다. 그렇게 편향된 인식을 하나 더 뇌에 기록할 뿐이죠. 이런 현상을 심리학 용어로 '인지부조화'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확신편향, 확증편향 등 다양한 편향이 우리 머릿속에서 항상 일어납니다. 편향이 이렇게 부정적인 것일 뿐이라면 인간의 불완전함은 인류에게 두렵고 비관적 미래를 만드는 요소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는 편향이 희망을 주기도 합니다. 무엇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도 우리 뇌의 편향 때문에 일어나고, 사랑하는 감정도 상대의 본모습과 상관없이 내 마음이 멋대로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반해버린 결과입니다. 인생과 우주 저 너머에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추론도 편향에서 출발합니다. 어쩌면 뇌의 편향은 단순한 불완전함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좀 더 완성된 존재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약간 부작용이 있지만- 필수조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인생은 팩트와 상관없이 이기적인 편향과 사랑의 편향을 선택하는 기로의 연속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감정적으로 느끼는 기분에서 사랑의 존재를 확신합니다. 그래서 그 즐겁고 두근거리는 기분을 주는 도파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으면 식어버리는 감정 때문에 이제는 사랑이 아니라고 판단하기 일쑤지요. 실제로 관계의 변화가 있어서가 아니라, 뇌가 기계적으로 이미 익숙해진 것에 더 이상 도파민을 분비하는 에너지를 쓰지 않기 때문일 뿐인데도 말입니다. 그렇다면 사랑도 뇌 신경과 화학물질이 만들어내는 환상일 뿐일까요? 이야기가 여기에 이르면 대부분 사람들은 반감을 느낄 것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3. 진실 너머 진리

요컨대, 감정이나 편향적이고 주관적인 인식은 무조건반사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인식한 객체의 실체는 뇌가 만드는 화학적 결과로서의 감정이나 이미지와는 별개의 존재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본 모습과 상대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도 '아는 느낌'으로 안다고 생각(또는 착각)합니다. 사랑도 그러합니다. 두근거리는 감정이 있으면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그런 감정이 줄어들면 사랑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다른 모든 편향에서처럼 사랑의 실체나 개념을 이해한다고 해도 우리는 거기에서 감동을 받지는 못합니다. 아마도 내 안에 사랑이 머무르도록 하려면 긍정적 편향을 지속적으로 유도해야 합니다.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사건이나 사실을 통제할 수 없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마음뿐이다."

부정적인 편향 본능에 먼저 이끌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내 안을 들여다 보아야 합니다. 내가 마음을 통제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러한 노력은 사랑하는 마음을 끌어올리는 '영적' 훈련입니다. 아마도 인류는 그러한 이유로 기도나 참선 같은 수양을 발명하였을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진실을 넘어 진리를 지향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진리를 추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편향의 본능에도 불구하고 편향에 지배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오류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수련이 간절히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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