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와인취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nduwinetasting Aug 03. 2023

다른 와인 좀 마셔보자 - 부르고뉴 꼬뜨 드 뉘 편

와인취향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 지역은 귀한 와인이 꽤 많이 탄생하는 곳으로 돈을 쥐고 있어도 생산량이 적어 와인을 구할 수 없거나 하루아침에 와인 가격이 10배는 거뜬히 뛰어 버리는 일이 종종 일어나는 곳이다. 공급은 적은데 수요가 많으니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사악한 가격으로 유명한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 바로 황금의 언덕이라 불리는 꼬뜨 도르(Cote d’Or). 꼬뜨 도르는 다시 북부에 꼬뜨 드 뉘(Cote de Nuits)와 남부에 꼬뜨 드 본(Cote de Beaune)로 나눌 수 있다.


사악한 가격으로 유명한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 바로 황금의 언덕이라 불리는 꼬뜨 도르(Cote d’Or).                   (출처: Winefolly)


남들 잘 안 마시는 종류를 고르려면 도전 정신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그래, 오늘만이라도 다른 와인 좀 마셔보자!

꼬뜨 드 뉘는 또 여러 개의 지역으로 나뉘고 그 안에서 또 나뉘고 그렇게 작은 구획으로 이루어진 밭이 무진장 많다. 그 많은 포도밭 이름을 모두 외우긴 쉽지 않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곳으로는 지브리 샹베르땡(Gevrey-Chambertin), 본 로마네(Vosne-Romanee) 그리고 샹볼 뮈지니(Chambolle-Musigny) 정도가 아닐까. 뭐, 부조(Vougeot)도 있고 모레 생 드니(Morey-Saint-Denis)나 뉘 생 조르쥬(Nuits-Saint-Georges)도 있고 프리미에 크뤼(Premier Cru)*와 그랑 크뤼(Grand Cru)*까지 모두 포함하면 그 수는 엄청나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익숙한 와인을 고른다. 아니, 솔직히 부르고뉴 와인 비싼데 남들 잘 안 마시는 종류를 고르려면 도전 정신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그래, 오늘만이라도 다른 와인 좀 마셔보자!




픽생(Fixin)

픽생은 지브리 샹베르땡과 인접해 있으며 꼬뜨 드 뉘 북부에 위치하고 있다. 포도밭은 주로 언덕에 있으며 수도사들이 종교의식에 필요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밭을 관리하다가 1936년에 공식 AOC 등급을 받게 되었다. 레드 와인이 주를 이루는 곳으로 피노 누아(Pinot Noir) 품종을 생산하고 화이트로는 샤르도네(Chardonnay)와 피노 블랑(Pinot Blanc)을 사용한다. 물론 옆 동네 지브리 샹베르땡처럼 그랑 크뤼 밭은 없지만 프리미에 크뤼 밭이 6개 있고 아직은 (지금 말하는 순간에도 가격이 오를지도 모르지만) 가격이 미친 듯이 뛰지는 않았다. 특히, 프리미에 크뤼 중 하나인 끌로 드 라 페리에르(Clos de la Perriere)는 그랑 크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 픽생 레드는 탄탄한 구조를 뽐내며 강렬하면서도 투박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생산자에 따라서는 숙성 후 다채로운 아로마를 보여주기에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픽생의 끝판왕은 르로이 픽생(Leroy Fixin)이지만 눈물이 차오르는 가격이라서 메오 까뮈제(Meo-Camuzet), 졸리에 페레 에 피스(Joliet Pere et Fils), 드니 모흐떼(Denis-Mortet)나 알베르 비쇼(Albert Bichot)등을 추천해 본다.



마르사네(막사네, Marsannay)

마르사네는 픽생 바로 위에 위치한 곳으로 프리미에 크뤼나 그랑 크뤼 밭이 존재하지 않는다. 픽생과 마찬가지로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를 생산하며 레드와 화이트 이외에도 로제 와인이 나오는 곳이다. 생산자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해도 마르사네는 보통 검붉은 과실과 꽃 아로마가 느껴지는 화사한 느낌을 준다. 장기 숙성형은 아니라는 편견도 있지만 10년을 넘기고도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마르사네는 얼마든지 있다. 영한 빈티지도 충분한 매력이 있기에 마르사네를 발견한다면 한 병 정도 맛보기를!


마르사네 중에서도 끌로 뒤 루아(Clos du Roy)나 레 롱제로아르(Les Longeroies)는 어떨까? 끌로 뒤 루아는 마르사네 내 최북단에 위치한 곳으로 프리미에 크뤼 등급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레 롱제로아르는 남북으로 펼쳐진 꽤 큰 포도밭으로 이곳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은 어쩐지 세련된 느낌이 든다. 그렇다면 가장 비싼 마르사네를 생산하는 와인 생산자는? 구글에서 검색하니 와인 서쳐(Wine-Searcher) 기준으로 도멘 장 이브 비조(Domaine Jean Yves Bizot)가 1위네! 평균 가격이 400만 원이라니 잠시 내 눈을 의심했다. 다른 선택지도 많으니 겁내지 말자. 실뱅 파타유(Sylvain Pataille), 드니 모흐떼, 르네 부비에(Rene-Bouvier), 페블레(Faiveley), 샤를 오두왕(Charles Audoin), 브루노 클레어(Bruno Clair), 필립 샤를로팡(Philippe Charlopin) 등이 있다.   



*부르고뉴 와인은 AOC 등급분류체계에 따라 레지오날(Regionale, 지역 단위), 빌라쥬(Village, 마을 단위), 프리미에 크뤼(Premier Cru, 1등급 포도밭) 그리고 그랑 크뤼(Grand Cru, 최상급 포도밭)으로 등급을 나눈다. 


<마시자 매거진>에 기고한 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알코올 도수 낮은 맛있는 와인은 없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