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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duwinetasting May 13. 2020

매그넘 사이즈 샴페인 더 맛있을까?

mandu의 와인 이야기 & 테이스팅 노트

우리가 흔히 마시는 와인 한 병은 750ml. 소주 2병이 조금 넘는 양이다. (360ml/소주 한 병) 스탠더드 사이즈의 와인 딱 2배 되는 크기를 보통 매그넘 (magnum, 1.5리터) 4배 되는 크기를 제로보암 (jeroboam, 3리터)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샴페인은 750ml 병에 담긴 거보다 매그넘 병에 담긴 게 더 맛있을까?


스탠더드 병에 비해 매그넘 병 속 내용물은 2배가 더 많지만 병목 크기는 동일하다. 그러다 보니 병 크기와 상관없이 공기량은 같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모엣 샹동 (Moet & Chandon) 관계자에 따르면 샴페인이 천천히 숙성되면서 복합미 (complexity)와 밸런스 (balance)가 좋아진다고 한다.

드라피에  (Drappier) 샴페인 관계자에 따르면 매그넘 샴페인이 더 섬세하며 데고르주망 (disgorgement) 공정 시 병에 유입되는 산소의 양이 스탠더드 샴페인과 비교했을 때 절반 가량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유명 샴페인 하우스는 공통적으로 매그넘 크기 샴페인에서 두드러진 몇 가지 특징을 꼽았다. 다양한 아로마와 산도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섬세함과 집중력이 돋보인다는 것.


(왼쪽에서부터 매그넘, 스탠더드 그리고 하프 보틀)


실제로 동일한 해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진 샴페인을 보틀 크기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지 입증하는 실험을 진행하여 위와 같은 결론을 내렸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 경험상 매그넘이 더 맛있다. 병 속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반응을 다 알지 못하지만 같은 브뤼 (brut)급 샴페인 맛이 보틀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경험을 했다. (물론 데고르주망 시기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지기에 모든 변수를 고려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같은 종류의 샴페인을 스탠더드 크기와 매그넘 크기를 비교해보니 확실히 달랐다.


떼땅져 브뤼 리저브 (Taittinger Brut Reserve) 샴페인은 샤도네이, 피노누아 그리고 피노 뫼니에가 블랜딩된 샴페인으로 황금빛을 띠며 과일향과 꿀 향이 나는 매력적인 샴페인이다. 매그넘 크기도 비슷할 거라 예상했었는데 조금 놀랐다. 마치 잘 숙성된 빈티지 샴페인처럼 다양한 아로마가 코끝과 입안을 자극했으며 싱그러움을 잃지 않았지만 무게감이 더해졌다. 천천히 숙성되는 게 이런 느낌인 걸까.


샴페인 전문가들이 내놓은 객관적인 데이터가 아니더라도 매그넘 샴페인은 더 맛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샴페인 잔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10명 이상이 함께 마실 수 있는 샴페인이다 보니 함께 하는 즐거움이 맛에도 영향을 미친다. 혼자 하프 보틀을 마셔도 좋지만 여러 명이 함께하는 매그넘도 좋다는 거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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