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u의 와인 이야기 & 테이스팅 노트
맛있는 와인을 고르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많이 마셔보거나 이미 안목을 갖춘 사람과 함께 마시거나. 다양한 와인을 접하다 보면 어느 국가의 와인인지 어떤 품종인지 알 수 있게 되는데 그러면 약간 으쓱한 마음과 함께 와인이 더 좋아진다. 잘 모르는 부분은 검색해보거나 와인을 오래 마신 분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와인 관련 지식 하나 더 얻어가는 느낌으로.
와인을 제대로 마시려면 공간이 중요하다. 아로마와 부케를 충분히 느끼려면 실외보다는 실내, 숯을 태우는 고깃집보다는 이미 조리된 요리가 나오는 곳이 좋겠다. 루프탑이나 공원 같은 실외 공간은 바람이 불거나 다른 향과 뒤섞여 와인의 향기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여름에는 날파리와 같은 벌레가 잔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또 숯을 태우게 되면 그 향이 강렬하여 와인 시음에 방해가 된다. 섬세한 향보다는 진한 맛으로 마시는 와인은 괜찮을 수 있지만 향에 집중하고 싶다면 실내에서 조용하게 방해받지 않는 편이 좋다. 집에서 마시는 홈술, 혼술 형태도 좋다. 여하튼 방해 요소가 적은 차분한 느낌의 공간이라면 제격이다.
와인을 맛나게 마시려면 같이 마시는 사람도 중요하다. 와인의 가치를 알아주는 이들과 마시면 한층 더 와인이 맛있어지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와인은 여운이 길면서 끝까지 꽃향이 나네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즐기는 와인은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게다가 와인 공부를 한 사람과 마신다면 미처 몰랐던 부분을 알아가기도 한다. '이 와인은 2012년 빈티지 이후에는 와인 메이커가 바뀌어서 좀 더 경쾌해졌어요.' 아하! 그리고 와인을 마시고 나서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 좋다. 와인에 대한 느낌은 주관적인 것이라서 와인 비평가들의 테이스팅 노트를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100% 들어맞는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테이스팅 시점도 다르고 시음 환경도 달랐을 테며 와인 고수들이 느끼는 세세한 향을 우리는 미처 모르고 지나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값비싼 와인이 꼭 맛있으라는 법은 없다. 다시 말해, 50만 원짜리 와인이 10만 원짜리 와인 5배만큼 맛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말이다. 마시다 보면 내가 생각하는 맛있는 와인의 가격 범위가 정해질 테다. 그게 나한테 맛있는 와인이고 와인을 맛나게 마시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마리아주 (mariage), 음식과 와인의 궁합을 고려하여 마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테다. 감자튀김과 샴페인, 곱창과 크레망, 족발과 진한 레드, 참치와 피노누아, 우럭회와 쇼비뇽 블랑, 크림 파스타에 오크 터치가 느껴지는 샤도네이 등.
나의 와인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과 차분히 앉아 시음 분위기를 조성해서 마신다면 그게 최선이다. 좀 더 간단히 말해서 편한 사람들과 와인 이야기를 안주 삼아 곁들이고 요리를 한두 점 집어 먹으며 와인을 홀짝대는 게 와인을 가장 맛있게 마시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