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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te Mar 18. 2022

그림으로 보는 음악이야기

라파엘로의 성녀 체칠리아 편

안녕하세요 음악 큐레이터 MUTE 입니다!


최근 제가 정말 흥미롭게 들었던 수업중에 유명한 미술작품 특히 회화 작품 안에 음악을 상징하는 그림을

찾아서 그 안에 내포된 음악을 역사적인 관점으로 해석 해보는 수업이 있었습니다.

음악역사를 살펴 보려면 동시대의 미술작품을 꼭 봐야겠구나 라고 생각했던 이유중에 하나는 음악의 요소들이 고스란히 보존이 되어있는 작품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고악기들이 회화나 조각들로 자세히 묘사가 되어있어서 비슷한 시기의 문헌들을 추가로 참고한다면 그 악기 모형을 심지어 연주가 가능한 상태로 복구할 수 있고, 또 그 옛날 연주되었던 음악들이 악보라는 형태로 보존되어 있어서 그 악보를 읽을 줄만 안다면 복원한 악기로 당시에 연주되었던 음악을 거의 똑같이 재현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뿐만이 아니라 미술작품의 해석을 통해 당시에 사람들이 가졌던 음악에 대한 생각이나 철학도 엿볼수가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우리는 음악과 미술이 꽤나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르네상스 시대에 활동했던 유명한 작가의 회화작품 한개를 살펴보고 과거에는 사람들이 음악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도상학


한 100년전 부터 많은 음악학자들이 연구 분야를 확장시키기 위해 미술작품에 묘사된 음악요소들을 자세히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연구를 위한 분석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도상학입니다.

도상학은 미술학에서 사용하는 작품 해석의 방법 중 한 분야로 그림이 상징하고 있는것을 철학, 종교, 역사적인 시선으로 해석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러한 상징들은 때론 그 그림이 언제 그려졌는지에 대한 힌트를 주는 경우도 있고 그림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유추하는데 매우 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특히 그림에 등장하는 그리스 신화나 성경의 인물들을 분석할때 도상학이 빛을 발합니다. 인물마다 다 다른 특징이 있고 상징하는 바가 달라서 도상학을 통한 분석으로 좀더 명확하게 그림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도상학을 미술분야에서 가져와 음악학에서도 사용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개념을 음악도상학 뮤직이코노그라피 라고 말합니다.


음악도상학
(Musikikonographie)


음악도상학은 음악과 관련된 장면이 시각적으로 묘사된 모든 자료를 대상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림속에 그려진 음악과 관련된 요소들을 찾아 그것이 무엇을 상징하는 지 분석하는 것 뿐 아니라 과거의 악기를 발굴하고 그 연주법을 찾는 등 옛날의 악기를 복원해내는 분야, 악보에 쓰여진 다양한 음악적 표현에 숨겨져 있는 작곡가의 의도를 찾아내는 분야에서도 널리 응용되고 있습니다.

이제 실제로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작가 라파엘로 의 회화작품 성녀 체칠리아를 음악도상학적 으로 해석하여  그 당시 사람들은 음악을 과연 어떻게 이해했고 생각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The Ecstasy of St. Cecili, Raffaello Sanzio da Urbino, Pinacoteca Nazionale, Bologna


위의 그림은 현재 볼로냐 국립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라파엘로의 1513년 작 "성녀 체칠리아" 입니다.

그림의 주인공인 성녀 체칠리아는 기원 후 3세기경 로마에서 순교한 카톨릭의 성인 중의 한 명입니다.

그녀의 뜨거운 기독교 신앙인이었고 신앙을 지키기 위해 결혼식날 자신의 동정을 서약한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 입니다. 그녀는 희생과 존경받는 삶을 살다가 결국 순교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는 인물입니다.

특히 체칠리아는 교회 음악을 뜻하는 음악의 수호성인인데 그 이유가 체칠리아를 묘사했던 옛날 문헌을 잘못 번역한 웃지못할 실수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문헌에는

"체칠리아의 결혼식날 악기가 연주될때 체칠리아는 신에게 동정의 서약을 했다" 라는 부분이

'체칠리아가 결혼식날 오르간을 연주할때" 라는 번역 실수로 지금까지 체칠리아는 음악의 수호성인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이 실수가 나중에는 잘못 번역된 것으로 밝혀졌지만 체칠리아를 "교회음악으로 대표하는 수호성인" 의 의미는 계속되어 오늘날까지 도상학적 의미로 체칠리아와 교회음악을 대표하는 오르간은 항상 같이 묘사되고 있습니다.

우선 이 그림에서 음악적인 요소를 찾아세가지로 분류 할 수 있습니다.

1. 그림의 맨 위쪽에 악보를 보고 노래를 하고 있는 천사들,

2. 가운데 성인들로 보여지는 인물들이 그려져 있고 그 가운데 체칠리아 로 묘사되어 있는 여성이 소형 오르간 처럼 보이는 악기를 들고 있는 모습,

3. 그 인물들의 바닥에 널부러진 여러 악기들,

우리는 이 요소들을 음악도상학적으로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우주의 음악
(Musica Mundana)


고대로 부터 중세를 거쳐 르네상스까지 사람들은 음악을 귀에 들리는 물리적인 소리 이외에도 다른 의미로 생각하고 이해했습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우주에는 태양과 달 그리고 행성들 마다 거리가 다 다른 일정한 비율로 나열 되어있고 이런 행성들이 움직일 때마다 고유의 소리를 내고 있으며 이것은 인간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천체의 소리다 라고 믿었습니다. 반면에 물리적으로 들을 수 있는 음들도 규칙적인 비율을 갖고 있는데 이것은 우주의 행성들 간의 거리의 비율을 축소 모방한 것이다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플라톤의 이데아론 으로 부터 나온 모방의 개념으로 당시 음악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소리가 나는 물질적인 음악은 만물의 근원인 우주의 들리지 않는 하나의 커다란 음악이 소리나는 음악의 근원 이라고 믿었습니다.

고대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이러한 비율의 조화를 중요시 여겼습니다. 해마다 바뀌는 계절의 섭리, 낮과 밤 이러한 것들이 일정한 수학적 비율을 가지고 있어 조화로운 것이고 인간도 이 비율을 닮아야 도덕적으로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천체적인 조화를 음악으로 이해하고 이 명칭이 나중에는 우주의 음악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이 정신이 종교적으로 꽃을 피웠던 중세에 와서 우주의 음악을 신의 음악으로 묘사하게 되는데

그 그림에는 주로 하늘로 묘사된 신계와 지상 이렇게 두부분으로 나뉘게 되어 표현을 하게 됩니다.

그림의 맨 윗부분의 천사들의 합창은 우주의 음악을 상징합니다. 종교적이었던 중세의 음악적 표현이 천사들의 음악 혹은 천계의 음악으로 묘사되었습니다. 또한 천사들이 나열되있는 숫자가 마치 방금 말씀드렸던 음들의 비율을 연상케 합니다.  2 : 1이면 8도 즉 옥타브, 3 : 2이면, 5도, 4 : 3이면 4도 등의 비율을 악보를 보고있는 천사들의 수와 맞춰서 그려내어 수학의 비율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음악
(Musica Humana)


인간은 우주의 규칙과 비율적 조화의 축소판 이고 도덕적으로 바르고 건강한 육체를 가진 사람은 우주의 아름다움을 닮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육체와 영혼 사이에 균형적인 비율을 가지고 있어 그 안에서도 나름대로의 조화로운 소리를 내고 있다고 이해했습니다. 물론 우리 귀에는 들리지 않구요. 이러한 개념을 인간의 음악 이라고 표현을 하게 됩니다.

그림에서 나타난 인물들은 차례로 성 바오로, 요한, 체칠리아, 아우구스누스, 마리아,  이며 후대의 존경을 받아 성인으로 추앙된 인물들 입니다. 성인으로 높이 올려진 이 인물들은 성인으로써 정화된 영혼과 육체를 지니고 있었으니 즉 인간의 음악으로써 조화를 이룬 인물들로 표현되기 충분했습니다. 이 인물들이 바로 인간의 음악을 지닌 인물들로 표현이 되게 됩니다.


도구의 음악
(Musica Instrumentalis)


악기는 앞선 철학적인 개념의 음악에 비하면 단순히 소리가 나는 도구일 뿐인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우주의 소리를 모방하여 사람들에게 조화의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도구로써 사용이 되었습니다.

또한 듣기에 좋은 음악은 이 우주의 조화를 가장 잘 모방한 것이고 그 음악을 실제로 들으면 영혼이 깨끗해지고 조화로운 모습으로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 원리로 듣기 좋은 음들은 일정한 음마다 비율이

있음을 발견하고 그 음을 중심으로 음악을 연주하려고 노력을 했었죠. 바닥에 버려진 듯한 악기들은 이러한 도구로써의 음악을 상징하며 가장 낮은 단계의 음악으로 여겨졌습니다.


체칠리아의 음악


위의 세가지의 상징을 가지고 가운데 묘사된 체칠리아의 상징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체칠리아는 그림에서 바닥의 악기와 들고 있는 소형 오르간에 시선을 두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선은 하늘에 있는 합창하는 천사들 에게 두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세가지 중 우주의 음악을 쳐다보고 있는데 그녀의 손은 오르간을 떨어뜨릴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고 바닥의 악기들은 부서진 듯한 널부러진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의 상단과 하단이 체칠리아의 시선을 통해 대조적으로 느끼게 만듭니다.

이 체칠리아의 모습과 중세의 음악의 특징을 통해 당시의 음악의 특징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중세음악은 성악 음악을 완전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중세교회의 성직자들은 성악 음악을 목소리로 내는 신을 향한 신앙의 고백이며 이 행위를 통해 자신의 영혼과 육체가 정화된다고 믿었습니다. 또한 여러사람이 함께 부르는 성악음악은 여러 소리가 다같이 어우러져 더 웅장한 울림을 내어 다른 사람의 영혼이 깨끗해지는것 또한 더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깨끗해진 몸과 마음은 결국 앞서 언급했던 인간의 음악을 갖는데 도움이 된다고 여겼던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악기연주는 사람의 진심을 표현할 수 없다 하고 그저 오락을 위한 음악으로 치부되어 교회에서는 연주될 수가 없었습니다. 바닥에 부서진듯 놓여있는 악기들은 중세의 교회에선 자주 사용될 수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체칠리아의 손끝에서 떨어질 듯한 오르간과 하늘을 향해있는 체칠리아의 시선은 신의 음악, 즉 우주의 음악과 천사의 합창으로 표현되는 성악음악을 악기 음악보다 더 추구했던 중세의 음악을 묘사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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