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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te Aug 10. 2023

선의 예술, 그리고 윤이상 3부

동양음악에서의 선적 예술


동양음악과 서양음악는 박자의 개념이 서로 다릅니다. 


서양의 박자는 시간개념으로 주로 심장박동을 근본 박자로 하여 음악의 시간적 흐름을 반영합니다.

반면 동양의 박자는 인간의 호흡, 즉 생명순환을 기본원리로 적용합니다. 

한 박자가 '시간적이 개념'의 한 박 이 아니라 '한 호흡'을 기준으로 하여 한 호흡에 갈수 있는 박을 '한 박'으로 칭하고 있습니다. 동양에서의 '한 박'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수동적으로 쫓아가는 것이 아닌 인간의 호흡 즉 '자연적인 순환'의 원리에 따라 호흡으로 한 박을 조절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행위와 자연을 일치하게 끔 하는 음양 자연순환의 원리를 바탕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죠. 


서양음악에서의 시간의 개념인 메트로놈 박자기


동양음악에서는 사람의 호흡하는 구간에 따라 수화시킨 것이 바로 ‘장단’ 인데 하나의 소리가 시작하여 끝나는 구간을 사람의 한 호흡에 맞춘것을 '한 배 장단' 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서양의 박절과 달리 한국음악은 한 호흡구간마다 숨을 약 1분간에 얼마나 쉬는가를 고려하여 장단을 만듭니다. 보통사람의 호흡은 1분에 18-19회의 숨이고 서양음악의 템포와 비교하면 안단테정도로 사람이 적당히 유유자적 걸어가는 속도와 맞다고 합니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속도와 맞추려고 하는 노력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장단의 호흡은 또한 음양의 관계성과 관련이 깊습니다. 동양음악철학에서도 음과 박자의 운동적 속성을 하나의 완결된 속성으로 보지 않고 언제나 음양이라는 양극성 의 관계에서 인식하고 있습니다. 옛 조상들은 이 '음양'의 양극성을 두고 항상 두 대립되는 속성이 균형을 이루면서 순화한다고 믿었는데 '땅과 하늘', '달과 해', '물과 불', '밤과 낮'등이 음과 양이 속성을 가지며 서로간의 균형을 유지하며 끊임없는 변화성으로 역동화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멈추지 않는 순환의 원리가 동양음악에서 말하는 '끝없는 선의 흐름'의 한 가닥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음양오행설과 같은 주장이 샤머니즘과 같은 점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실 동양문화에 주된 사상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양음악의 '선적 진행'은 박자 뿐 아니라 개별 음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유럽 음악에서는 형식의 개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수평적 선율 또는 수직적 화음 질서에 있는 음의 전체 그룹만이 서로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획득하는 반면, 동양음악에서는 동양음악의 핵심 구조적 요소인 '개별 음'이 전면에 등장합니다. 유럽 음악에서는 개별 음들이 나열되는 순서가 음악을 만드는 생명력을 갖는 반면, 동양음악에서는 그 '한 음' 자체에 생명력이 있습니다. 이 '한 음'의 진행을 동양예술의 회화에서 사용되는 붓질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동양음악에서의 '한 음'은 그 음의 시작부터 사라질 때까지 변형의 대상이되며 장식, 꾸밈음, 등으로 설명할 수 있는 역동적인 변화를 갖추고 있고 무엇보다도 각 음색의 자연스러운 진동이 의식적으로 풍부한 표현의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이 표현수단을 전통음악에서는 '농현' 이라 일컬으며 일종의 자연스러운 '비브라토음' 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가야금에서 표현되는 농현주법: 출처 - 유튜브: Ruby Music 루비뮤직

https://youtu.be/hcNWIs2RoZc


동양음악의 이 농현을 통해서 선율의 '선적예술' 즉 '곡선미'를 직접적으로 표현합니다. 서양음악의 기준으로 볼때에는 이것이 장식음이다 라고 느낄 수 있지만 특정음에 장식을 통해 음악적 효과를 내는 이외에 다른 중요한 기능이 있습니다. 그것은 전통음악의 선율선을 곡선으로 지향하게 하는 미적인 요소가 들어있습니다. 즉 한음 한음을 꾸며주는 장식음으로써의 기능이 아니라 전체적인 음악의 선을 곡선을 통해 미적 기능을 더해주는 것이지요.


동양의 선율은 아래음을 중심으로 둔 도레미솔레이션이 중심이 되서 선율이 나열되는 서양음악과 달리 5음계 중 원하는 중심음을 중앙에 두고 나머지4음들은 각각 2음씩 '상청(위의 두음)' '하청(아래 두음)'으로 나누어 중심음을 바탕으로 선을 이루어 선율을 만들어 갑니다. 이 중심음을 주음으로 둔 선율이 음악적 분위기에 따라 상청으로 올라가기도 하청으로 내려가며 전체적인 선을 그리며 진행되는데 이러한 기법으로 만들어진 선율은 자연스러운 곡선의 선적 미학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농현이 만들어 지는 것이지요. 특정음을 중심음으로 정하고 위 아래로 음을 흔들며 오르내리는 농현기법이 동양철학에서는 천상계와 현세, 그리고 지하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해준다고 믿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선율의 진행에서도 동양의 사상과 정신을 엿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죽전 송홍범 작가 작



4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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