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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te Feb 19. 2024

클래식음악 즐기는법에 대한 단상

와인 즐기는 법


요즘 와인에 빠져있다.


유럽에 거주하는것은 와인을 즐기기에 아주 최적인 조건을 갖춘것과 다름없다. 유럽 내 거주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차로 1시간 남짓한 거리에 와이너리 하나씩은 있다. 특히 프랑스 독일은 더더욱.

필자의 집근처 (차로 1시간 이내) 와이너리 구글맵 검색결과


나는 독일에 거주중이다. 독일은 화이트와인의

강국이다. 독일의 대표적인 화이트와인 포도품종인 리즐링은 전세계 와인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라인가우, 모젤, 바덴 등 의 지역에서 생산하는 리즐링와인은 신선하며 산미가 돋보이고 과일향이 풍부하다.


리즐링 포도

이렇게 와인을 접할 기회가 많다보니 자연스레 와인에 입문하게 되었고 샴페인 화이트와인 그리고 레드와인까지 순서대로 차근차근 공부하고 있다.


와인을 마시다 보면 ‘이게 참 클래식 음악과 비슷하다’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된 이유가 있다.


와인 테이스팅 용어 (wine tasting terms)


와인을 공부하기 위한 여러 중요한 단계가 있다. 먼저 Google 검색에 wine tasting term 이라고 치면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수십개의 맛에 대한 표현이 나온다.

수십가지의 와인 맛과 향의 종류


위에 사진으로만 보더라도 수십가지의 맛과 향에 대한 표현이 나열되어있다. 이것은 결코 초보자가 느낄

수 있는 맛의 범주를 훨씬 뛰어넘은 종류의 수 일 것이다.


내가 느끼기엔 이것은 클래식 음악에서 표현(expression) 과 견줄만한 용어들로 해석된다. 와인의 향과 맛은 그 자체도 자체로써 자연스레 표현되는고 있고 이것은 감정으로도 느낄 수 있다


연주자가 음악에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지시한 용어들이 바로 와인의 이것과 비슷하다고 보여진다. 음악에서는 주로 강세를 나타내는 다이나믹, 그리고 화음을 나타내는 화성, 심장박동과 관계있는 리듬, 그리고 마지막으로 멜로디. 이렇게 네가지의 구성요소(사실 음악의 전부) 가 음악을 구성하고 음악을 표현한다. 이 음악을 구성하는 네가지 요소에 또 하위 카테고리로 분류가 가능한데 그 종류와 수에는 와인과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그 양이 많다.


음악의 대표 셈여림인 포르테와 피아노


와인을 구성하는 이 맛과 향의 종류들을 잘 알고 있다면 와인을 마실때 즐거움이 더 배가 되는 것 처럼 클래식 음악도 구성요소를 잘 파악하고 있으면 좋지 않을까?


이는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여 공부해야 하는 일이다. 처음 레드와인을 접할때 탄닌때문에 쓰기만 한것 같고 도무지 알 수 없는 맛에서 점차 탄닌이 익숙해지고 그 뒤에 피어오르는 달콤한 과일향을 느낄 수 있듯이 음악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와인 산지


이놈의 와인은 종류도 많고 산지도 다양하다. 우선 국가별로 분류할 수 있다. 유럽대륙의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신대륙의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칠레 등등 이미 국가만 해도 10개국이 훨씬 넘는다. 또 세부 지역은 와인을 분류하는데 아주 중요한 지리적 조건이다. 프랑스 보르도, 버건디, 뢴 등 이탈리아 토스카나, 피오몬테 등등 세부지역으로 갈수록 좀더 복잡해진다. 국가마다 날씨가 차이가 있어 일조량이니 강우량이니 특성들이 다양하고 세부지역은 특히 땅의 특징들이 다르고 해서 각자 다른 맛의 와인을 생산해낸다.


직접 방문한 이탈리아 토스카나 와이너리


작곡가의 출생 국가에 따라 음악도 그렇다. 자국의 고유의 환경적 특색에 따라 음악도 어느정도는 구분이 가능하다. 특히 후기고전시대 이후로 부터의 음악이 그러하다. 낭만시대로 갈수록 국가별 특징이 짙게 묻어있다. 낭만 후기 부터 현대음악 시기에 가까운 민족주의음악에서 이러한 특징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핀란드의 시벨리우스, 체코의 드보르작 스메타나, 러시아의 무소르그스키 림스키코르샤코프, 헝가리의 바르톡 등

의 음악에서 자국의 채색이 짙은 음악을 느낄 수 있다.


와인 품종


품종은 또 얼마나 많은가...

최근에 유튜브에서 콘스탄틴 바움 이라는 와인마스터를 우연히 발견했는데 그의 영상중에 와인마스터의 자격증을 따기위한 시험, 일종의 유형같은것을 맛보기로 보여준 내용이 있다. 그 내용이 정말 어려웠다. 포도의 품종별로 맛과 아주 미세한 특징까지 주관식으로 기입해야 하고 지역별 특징, 국가별 특징 등 어느정도 완벽하게 구별해 낼 줄 알아야 취득하는 자격증이다. 언젠간 저 자격증 시험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잠깐의 설렘이 있었지만 정말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을 것 같다.


와인 마스터 콘스탄틴 바움


어쨋든 화이트와인 품종, 레드와인 품종, 샴페인 품종등 각 카테고리마다 다양한 품종을 아는것은 와인의 다채로운 맛을 즐기기 위한 또다른 방법이다. 요즘 즐겨 마시기 시작한 품종이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피노누아' 이다. 피노누아 와인은 보통 가벼운 바디를 가지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연한 루비색을 띄고 있다. 보통 부드럽고 섬세한 탄닌을 지니고 있고 높은 산도를 가지고 있어서 신선하고 활기찬 맛을 주는 것 같다. 와인 애호가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품종이며 적절한 보관기간이 지나면 더 깊고 복잡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와인 포도품종이라고 잘 알려져 있다.



이 포도의 품종을 아는 것과 클래식음악의 다양한 장르를 아는것을 연결시켜보자. 클래식음악에도 다양한 장르가 있다. 악기별(성악)로 나뉘어져 있는 장르도 있고 악기 편성에 따른 장르도 다양하고 음악의 형식에 따라 나뉜 장르도 있고 다양하다. 교향곡은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 오페라는 오케스트라와 성악가를 위한 곡, 합창은 성악가들의 모임인 합창단을 위한 곡, 스트링콰르텟은 4인조 현악기 연주자를 위한 곡, 이렇게 많은 장르가 있고 장르별 특이사항이나 역사 등을 알고 감상하면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현악 사중주


와인 빈티지


빈티지란 무엇일까?

와인 빈티지는 특정 와인이 생산된 해를 나타낸다. 빈티지는 와인의 품질과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며, 특정 지역의 기후 조건과 작물 수확 시기에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특히 따뜻한 여름이 있었던 해는 품질 좋은 포도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해당 해의 와인 빈티지가 더 좋을 수 있다. 그러나 각 지역의 생산자 및 와인의 종류에 따라 빈티지의 중요성과 효과는 다를 수 있다. 일부 빈티지는 다른 빈티지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거나 즐겨찾기 때문에,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특정 년도의 빈티지가 특별히 중요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유명한 와인산지에서 생산된 와인 중 특정 해에 병입한 와인은 몇억에 호가하는 금액으로 책정되기도 한다.


2.100 유로에 판매하는 샤또오브리옹 1989 빈티지



어떤 와인마스터는 빈티지마다 역사를 꿰뚫고 있다. 당시의 역사적 배경이 어떠했는지 당시의 산불이 나서 와인이 탄맛을 내는지, 흉작을 내어 와인이 희소해졌는지, 전쟁중에 어떻게 와인들이 살아남았는지 와인이 역사와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문화와 예술은 서로 비슷한 결을 갖고 평행선을 그리며 역사속에서 흘러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빈티지에 따라 맛과 향의 차이가 나는 것 처럼 클래시음악도 어떤 해에 작곡된 곡인지에 따라 다양한 특징을 나타낼 수 있다. 그것을 클래시음악에서는 시대별로 음악을 분류하기도 하는데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시대별 음악, 르네상스시대, 바로크시대, 고전시대, 낭만시대, 인상주의시대, 현대음악시대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시대별 음악의 특징은 역사의 지배를 받는다. 당시의 문화 정치 철학의 영향을 받아 그 음악의 색깔에 녹아들어 작곡가의 사상과 철학을 내포하고 있다. 빈티지마다의 역사를 알면 와인이 맛있듯이 작곡가마다의 역사적 배경과 지식이 있으면 클래식음악이 더 재미있게 들린다.


정리하며


와인을 즐기는 것, 쿨래식음악을 즐기는 것, 문화와 예술을 즐기는 것은 어쩌면 새로운 지식을 쌓는 것과 같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미지의 세계를 계척하는 것처럼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마다 설렘과 기대감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재대로 즐기기위해선 배워야 한다.





*콘스탄틴 바움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KonstantinBaumMasterofW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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