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속마음
부친인 조지 6세가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세상을 떠나고 그를 대신해 왕위에 오른 엘리자베스 여왕은 1953년 6월 2일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대관식을 치른 이후 무려 65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국왕의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이는 생존해있는 군주중 가장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 국왕이자 여왕으로서는 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 재위한 인물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죠.
얼마전에는 에든버러 필립공과의 결혼 70주년을 맞아 영국 역사상 결혼 70주년을 기념하게된 첫번째 군주가 되면서 다시한번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1999년 우리나라에 방문한적이 있어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미지가 많은 여왕입니다.
당시 그녀는 안동하회마을을 방문했는데 73번째 생일을 맞아 우리의 전통 생일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때 우리의 문화에 따라 신발을 벗었는데 잦은 해외 방문 일정을 소화하면서 문화 차이때문에 신발까지 벗었던 적은 없다보니 외신들 사이에서 많은 화제를 모았죠.
이러한 행동은 여왕의 역할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사실 영국 여왕의 자리는 정치적인 역할보다는 국가를 상징하는 역할이 크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영국을 대표하고 내부적으로는 충성심을 이끌어내면서 외교적인 관계를 다지는데 주력하고 있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그녀가 신발을 벗은 것은 외교적 역할에 충실해야하는 자신의 역할을 고려한 행동으로 볼 수 있죠.
그녀는 조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는데 그중에는 군대에 복무한 경험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총알이 빗발치는 전투부대는 아니고 구호품 전달을 담당하는 부대였는데 이곳에서 소위로 복무하던 중 전쟁이 확대되면서 운전을 비롯해 탄약 관리 임무까지 수행하게 되었죠.
이러한 엘리자베스 여왕의 철학은 그녀가 여왕의 자리에서 오랜 시간동안 비교적 치명적인 사건없이 왕위를 수행한 원동력이 되기도 했는데 그녀가 대외 장소에서 화련한 단색의 옷을 즐겨 입는 모습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며느리인 소피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여왕이 다소 튀는 색상의 옷을 즐기는 이유가 그녀의 패션감각보다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군중들의 틈에 섞여 여왕을 보려는 사람들이 좀 더 여왕을 잘 볼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대외 행사를 위해 방문하는 곳이 많은만큼 그녀를 보기 위해 거리로 나온 사람이 여왕을 보았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처음 즉위할 때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영국과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맹세했던 것을 제대로 실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녀 또한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는 없기 때문에 테러 등의 위협에 노출될 수 있지만 자신을 보러 몰려온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눈에 띄는 옷을 입음으로써 즐거움을 주고자 했던거죠.
1926년생인 엘리자베스 여왕은 우리 나이로 90세가 넘었기 때문에 그녀가 언제까지 여왕의 자리에서 역할을 하게될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자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여왕의 역할에 충실했던만큼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남은 기간도 여왕으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것이라 믿게 만드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