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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곰 Aug 08. 2023

갓난쟁이 엄마는 어떻게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블로그를 통해 글쓰기 모집 글을 보았다.

나는 당시에 장애유아 관련 자격증 취득을 위해 온라인 강의를 듣고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직업이 보육교사였고 아이 임신 출산 기간 동안 다른 때보다 여유가 있는 듯해서 경력에 도움이 될만한 공부를 시작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크게 도움이 되지도 활용이 되지도 않았을 공부인데 일단 해보자에 의의를 둔 것 같다.


아이가 출산 예정일보다 열흘 빨리 태어났고 그전까지 공부해야 할 것은 다 끝내놓지는 못했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다만, 시험이 문제였는데 그건 어떻게든 될 거라는 생각에 시작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아이 임신 때부터 꿈꾸었던 "글쓰기" "책쓰기" 라는 것을 꼭 해야겠다 마음에 간직한 상태였다.


조리원에서 나와 집에서 아이를 돌보게 된 후 다시 한번 블로그를 통해 글쓰기 모임 글을 보았고 바로 신청서를 작성했다.

금액이 크지 않았고 무언가 얻으려면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을 몇 년 전부터 실천해 왔기에 어려운 과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에서 활력소가 되어 주었다.

때론 힘들기도 했다.
그 당시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스페인어는 남자 명사, 여자 명사가 있고 발음도 어렵고...
이것저것 해야 하는 상황에서 스페인어까지...

또, 해본 적 없는 "글쓰기"까지 시작했으니 당연히 어려웠다.
결국 스페인어를 배워 아이와 둘이 함께 스페인에 가겠다는 막연함을 버렸고 내 몸이 조금 더 편안해지는 걸 선택했다.

글쓰기는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내가 이걸 해서 "작가"가 될 거야, 생각보다는... 단순히 그날의 과제에 집중했다.
하루 한 장, 글쓰기가 생각보다 어려워 무엇을 써야 할지 계속 고민했다.

때로는 내 마음속에 있는 불편함을 토로했고 상황을 열거했으며 상황이 안 되어 나를 도울 수 없는 남편에게도 마음을 글로 써서 전달했다.
다른 이가 내가 쓴 글을 읽으니 무식하고 못된 말보다는 고상하고 우아한 말투를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글을 쓰며 내 상황을 알리고 위로도 되었고 남편에게는 내 글을 읽어주는 친구에게 칭찬을 받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효부가 되었고 남편을 잘 내조하는 여인이 되었으며 글 쓰는 작가, 갓난쟁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었다.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글쓰기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글쓰기 모임에서 한 장의 글을 쓰는 것을 목표로 성실히 썼다.

다른 사람의 글을 보며 "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이런 전문적인 글도 쓰시는구나"

생각하며 나의 감정과 상황의 묘사에 집중하는 내 글이 때로는 불편하기도 초라해 보이기도 했으나 아이를 키우며 있을 수 있는 상황, 그때 느끼는 감정을 기록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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