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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곰 Oct 25. 2023

나에게도 보상이 필요해

더이상 워킹맘이 아닌 엄마에게.

아이 엄마로 꼬박 몇 달을 지내보니 아이가 아픈 며칠을 견디어보니 내가 엄청난 것을 하는 것 마냥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생기고 있다.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사볼까. 아니지, 옷은 이미 많지... 사고 싶은 게 넘친다만 터질듯한 옷장도 생각해야지.

그럼, 운동복은? 아 좋아 마침 필요했지, 7만 원 이상 무료배송... 왜 나는 주문이 안될까 뭐 그런 시답잖은 자잘한 일이 계속 이어진다.


아이가 아프니 밥을 열심히 해먹이고 치우고 집안일을 하며 맡은 일을 해본다.

하루종일 아이와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지낸 나에게 선물이라도 주듯,

남편에게 "나에게도 보상이 필요하다!" 말하니 어떤 거?라고 묻길래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속으로는 혼자 해외여행이라고 생각했지만...구지 대답하지 않았다.


나의 대답 없음 이후에 남편의 한마디,  "사회생활이겠네!"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혼자 해외여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사회생활' 이라니!

그렇다, 난 일이 하고 싶고 뭔가 돈을 벌고 싶기도 하다. 그래야 여행도 가고 돈 쓰는 맛이 날 텐데... 이건 뭐 내 통장에서 쑥쑥 빠져나가는 잔고를 보고  아이와 해외여행 한번 가려니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사회생활을 하고 싶으면 하라는데 이미 자유를 맛보았으니 회사생활은 쉽지 않을 거라며 이야기하는데 그런 막말이 어딨냐고 큰소릴 칠뻔했다.

프리랜서를 하라는데 나는 퇴사자와 아이 엄마 사이 어딘가에서 중심 잡는 것만으로도 힘겨워지고 있다.


실은 퇴사하고 알람 맞춰 일어나 본 적 없으며 건강을 지킨다는 핑계로 새벽기상도 하지 않고 있다.

낮에는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쓰기도 하는데 이마저도 잠시 손을 놓고 있다.


아파트 내 작은 도서관의 관장을 맡긴 했으나 처음의 포부와 다르게 모든 게 어렵기만 하니 서류를 하고 싶다가도 얼른 노트북을 덮어버리게 된다.

아, 나의 희망찬 2023년이여.

퇴사하고 성과를 내리라 기대하고 열망했던 나의 과거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첫 출간의 기억을 거슬러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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